"美 원정출산 해도 시민권 안 준다"

공화의원들 법개정 재추진
미국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이 미국 영토에서 태어날 경우 자동적으로 시민권이 부여되는 현행 수정헌법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 사회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책이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원정출산'에도 제한이 가해지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 "미 공화당 상원의원들이'출산을 통한 미국 사회로의 침입'을 막기 위해 불법 이민자 등이 미국에서 낳은 아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존 카일(애리조나)과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최근 각종 캠페인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 시민권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는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성 여부를 상원에서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이민 문제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보수파들이 강경책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의원은 "단지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은 실수"라며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낳은 아이들을 통해 미국에 자리잡고,자신들의 정착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은 이어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미국에서 아이를 낳기 위해 국경을 넘고,병원 응급실을 이용한다"며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대가없이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일부 국가들의 '원정출산' 관행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의 수정헌법 14조는 남북전쟁 직후인 1868년 마련된 것으로,미국 영토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은 누구나 미국 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초 흑인을 미국 시민으로 간주해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은 1989년 연방대법원에 의해 "미국에서 태어나면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것으로 확대해석됐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2007년에도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거나 미국에 영구 충성서약을 하지 않은 외국인이 낳은 아이는 시민권을 주지 말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