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는 지금…] '장관 따라 휴가' 간 국장님들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몸
장관 일할 때 쉬기 어려워
개각 코앞 "일단 가고보자"
과천 정부청사에는 '여름휴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각층 사무실 문 앞 곳곳에 붙어 있다. 특히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에게는 요즘이 휴가 피크다.

공무원들의 휴가가 몰린 이유는 간단하다. 장관 휴가에 맞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휴가다. 장관들은 대통령 휴가 시기에 맞춘다. 업무 공백을 피하기 위해 웬만하면 상사와 휴가 날짜를 겹쳐 잡지 않는 민간 기업과 달리 공무원들이 장관 휴가 기간을 적기로 삼는 것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야 하는 몸'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선 장관이 일할 때 쉬기가 어렵다는 게 관료들의 얘기다. 올해는 개각까지 예정돼 있어 휴가를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A부처의 한 고참 과장은 "새 장관이 오면 업무 보고 등으로 휴가는 고사하고 야근과 휴일 근무까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휴가는 고향집을 찾거나 2박3일 정도 지방 콘도 등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해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눈치가 보여 '결행'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국장급 간부가 되면 혹시라도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다. B부처 국장은 "외환위기 때 공무원은 해외 여행을 가면 안 되는 줄 알고 지방 소도시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것 때문에 아직까지 바가지를 긁히고 있다"고 털어놨다.

C부처 국장은 "고위 공무원이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휴가에 제약을 받을 때가 있다"며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울 때가 바로 여름 휴가철"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