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부르는 우회상장, IPO처럼 깐깐하게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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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높아지는 '뒷문 진입'한국거래소가 증시 '뒷문 입성'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의 부실을 키우는 '주범'이라고 판단,우회상장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우회상장 기업들이 상장 이후 대부분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끝내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4000억원대,주주 수 7000여명에 달하는 네오세미테크가 태양광업체로 각광받다 우회상장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 수순을 밟게 된 것이 우회상장 기준을 손보게 된 계기다.
1년반새 우회상장 15곳 상장폐지
느슨한 심사기준이 주원인
일부 우량사 스팩 통해 상장할듯
우회상장 기업에 대한 상장 심사가 정식 기업공개(IPO) 기업과 동등한 수위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우회상장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의 네오세미테크'를 막기 위해 외부감사인 지정제도가 도입되면 신속성이란 우회상장의 특징이 퇴색될 수도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회상장은 코스닥 부실 '주범'
우회상장은 장외 기업이 정식 상장 절차를 밟지 않고 기존 상장사와의 합병 등을 통해 증시에 진입하는 통로로 활용돼 왔다. 성장성이 있는 장외 업체에 자금 조달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제도상 맹점을 악용한 '머니게임'이 판치면서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퇴출된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상장폐지된 샤인시스템과 알이엔은 모두 지난해 우회상장한 회사다. 퇴출 예정인 네오세미테크 또한 작년 9월 우회상장했다. 작년 코스닥에서 퇴출된 56곳 중 우회상장 기업은 8곳이었고,올해도 52개사 가운데 우회상장 기업이 7곳 포함됐다. 대부분 증시 활황과 함께 우회상장 붐이 일었던 2007,2008년에 뒷문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다. 우회상장 기업의 퇴출이 잦은 것은 무엇보다 느슨한 심사 기준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일본 등에선 정식 IPO 심사와 마찬가지로 우회상장 과정에서 질적 요건을 철저하게 심사하지만 국내 코스닥 우회상장은 자본잠식,순이익,감사의견 등 기본적인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최근 우회상장 심사를 통과한 장외 전기차업체 CT&T는 상장 이후에는 적자로 둔갑하지만 우회상장 심사 규정 미비로 승인돼 논란을 빚었다.
우회상장 개념도 외국과 달리 장외 업체의 대주주가 상장사와의 합병 등을 통해 상장사의 대주주로 올라설 때로 제한해 이를 교묘히 피해가는 '변종' 우회상장이 들끓던 상황이었다.
◆스팩의 우회상장 대체 가속거래소와 감독당국은 우회상장 요건을 대폭 강화해 코스닥 부실 요인을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IPO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지정 감사인을 적용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우회상장의 정의와 심사에도 질적 심사를 가미해 운용의 묘를 살린다는 계획이다. 지정 감사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적용 시기는 이르면 올해 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과거 우회상장에 성공했던 일부 부실 기업은 바뀐 기준으로는 우회상장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인수 · 합병(M&A) 컨설팅업체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우회상장 눈높이가 대폭 높아지면서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들 수 있지만 M&A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정식 IPO 절차를 밟는 것보다 빠르게 상장을 원하는 일부 우량회사들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활용해 증시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정 감사인 도입으로 우회상장의 장점인 신속성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 김길재 지평회계법인 이사는 "우회상장은 신속히 하기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정감사를 신청한다면 절차가 지연되면서 수요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우회상장 정보가 시장에 새나갈 수 있어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정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을 감안하면 3개월가량 늦어질 수 있지만 우회상장을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미리 준비하면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며 "IPO 기업들도 지정감사에 대해 금감원에서 비밀 보장을 해주기 때문에 정보 누수 문제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