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제재, 기업 피해 최소화 방안 찾아야

이란 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인 제재 움직임에 따라, 우리 정부도 독자적인 대(對)이란 제재안 검토에 들어 갔다. 그런 가운데 미국 측은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자산동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그 파장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로서는 핵확산 저지라는 미국의 명분을 외면하기 쉽지 않고,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미국의 제재 동참 요구를 무작정 수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이 폐쇄된다면 당장 이 은행을 이란과의 거래에서 대금 결제 창구로 이용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20여개, 중소기업 2000여곳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6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시작된 이후 우리 기업이 직 · 간접적으로 입은 교역 피해액이 벌써 3억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멜라트은행 지점이 폐쇄될 경우 발생할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클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현재 이란에는 18개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고 이란과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97억3800만달러로 중동국가 중 세 번째 교역국이다. 멜라트은행 해외지점이 터키 아르메니아 한국 세 곳에만 있다는 것도 이 은행지점을 쉽사리 없애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그렇긴 하지만 북핵 문제로 유엔과 국제사회의 협조를 구해왔던 우리로서는 이란 핵 문제를 방치할 수도 없는 처지다. 미국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등에도 유사한 요구를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부는 이란 제재안은 마련하되, 원유 등 주요 교역 품목은 물론 무기 등과 관련이 없는 일반 상품 거래와 여기에 수반하는 금융거래는 지속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적극 협의할 필요가 있다. 또 가급적 멜라트은행 지점을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자산 동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만약 폐쇄가 불가피하다면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체결제 루트를 서둘러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란 제재는 불가피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국익(國益)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