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노동시장, 성장잠재력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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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율 호주 그리피스대 교수, 고려대서 '한국경제학' 특강권오율 호주 국립 그리피스대 한국학 석좌교수(73 · 사진)는 "한번 채용하면 해고하기 어렵고 직장을 잃으면 재취업하기 힘든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국가 전체적으로 노동력 활용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5일 말했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저출산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있어 노동력 활용도를 높이지 않으면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1995년부터 그리피스대에서 한국경제학과 한국기업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는 그는 여름방학을 맞아 귀국,고려대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경제학 수업을 하고 있다.
권 교수는 인적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퇴직자가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정규직 보호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40~50대에 직장에서 나오더라도 금세 다른 직장을 얻지만 한국에서는 대기업 임원을 지낸 사람도 일자리를 못 찾는 경우가 많다"며 "퇴직자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호주에서는 정부의 위탁을 받은 민간 직업소개기관들이 산업구조 변화와 인력 수요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퇴직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취업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퇴직 후 재취업하기 어려운 여건과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해고됐을 때 다른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우니 단체협약을 통해 해고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놓고 임금도 많이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아지면 기업은 다른 부문에서 비용을 줄이려 한다"며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커지다 보니 고급 인력이 대기업으로만 몰리고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더 약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