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꿈이라고? 관객들의 무의식을 훔친다

관객 300만 돌파한 SF액션 영화 '인셉션'
'꿈을 해킹…' 뛰어난 상상력
게임 세대엔 친근한 설정…모호한 결말로 다양한 해석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점차 내용을 알게 됐고 마지막에는 '벙 찐 채' 영화관 밖으로 나왔다. " "인간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 " "천재적인 영화다. 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12세 이상)이 올 여름 최고 흥행영화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3주 연속 정상을 달리며 전 세계에서 3억70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5일에만 전국에서 13만여명을 동원,총 관객 336만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후 3주째 접어들었지만 하루 평균 15만명,주말에는 50만명을 끌어들이고 있다.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남윤숙 이사는 "놀런 감독의 전작 '다크나이트'(406만명)보다 반응이 뜨겁다"면서 "이런 추세대로라면 '아이언맨2'(445만명) 기록을 웃도는 5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이 영화는 '메멘토''배트맨 비긴즈''다크나이트' 등으로 유명한 놀런 감독이 1억6000만달러를 투입해 6개국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가까운 미래,꿈을 통해 타인의 생각을 훔치려고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SF액션물.누구나 경험하지만 아무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던 꿈에 대해 정면으로 파고든 할리우드 대작이다.

타인의 꿈속에 자유롭게 들어가 생각을 빼내거나 심는다는 스토리와 컴퓨터를 해킹하듯 인간의 꿈을 해킹한다는 설정이 놀라울 만큼 신선하다. 이처럼 창조적인 발상을 스크린에 옮긴 게 가장 큰 성공 이유라고 평론가들은 입을 모은다. 영화평론가 황진미씨는 "꿈이란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경험하는 소재"라며 "관객들이 각자 아는 범위 내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등장인물들이 꿈속에 들어가거나 현실로 돌아오려면 특별한 기계를 사용하고 여러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규칙들이 깨지는 순간,당연히 응징이 따른다. 이런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정밀한 기계,과학과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정신분석학 이론을 접목해 꿈의 세계를 눈부신 비주얼로 보여주는 것도 압권이다.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현실,꿈,꿈속의 꿈,그 꿈속의 꿈,무의식의 대륙까지 5가지 무대를 오가며 타인의 머리 속에 특별한 아이디어를 심는 미션을 수행한다. 그가 거쳐가는 공간들은 기존 건축학의 개념이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뒤집는다. 바다 위에 거대한 건물들이 즐비하고,비스듬히 기울어진 실내 공간을 유영하기도 한다. 또 꿈속에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꿈속에서 죽음은 현실로 돌아오는 출입문이니까. 꿈의 세계는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는 출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두운 현실을 밝혀주는 희망으로 작용한다. 김정아 CJ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관객들에게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도록 도피처 역할을 해주는 듯하다"며 "꿈속에서 무엇이든 가능하고 심지어 꿈을 자기 뜻대로 조작하고 지배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스토리가 난해하다'는 반응도 많다. 꿈을 해킹한다는 설정이나 다른 층위의 꿈들로 이동하는 여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은 대체로 30대 이상 관객들에게 나온다. 10대와 20대 초반 연령층은 스토리를 친근하게 받아들인다는 게 워너 측의 분석이다.

워너 관계자는 "20세 전후 젊은이들은 게임을 많이 접해본 세대"라며 "게임 속에서 다음 단계로 진입하면 업그레이드되듯 '인셉션'의 주인공들이 다른 층위로 옮길 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금세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