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發 곡물 파동…물가 직격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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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가뭄 등 이상기후 여파국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소비자물가가 불안해지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우려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물가 상승(inflation)을 의미하는 용어를 합성한 신조어다.
러, 밀 수출금지…두달새 80% 올라
▶관련기사 보기6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와 농림수산식품부,관련업계에 따르면 밀 국제 가격은 최근 두달 사이 80%가 올랐다. 이상기온으로 밀 생산이 줄어든 데다 러시아가 밀 등 곡물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옥수수 보리 등의 국제 가격도 올 들어 30~70%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에 풀린 돈이 농산물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투기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국제 밀값은 하반기에 더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통관 등의 절차를 감안할 때 밀값 상승의 여파는 연말에 크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은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도가 지난해 26.7%에 불과했다.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각종 식품가격과 서비스 요금이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국제 곡물값이 급등하면 소비자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물가 안정에 기여했던 공공요금마저 하반기에 줄줄이 올라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설탕값은 CJ제일제당이 최근 7.5~8.5% 인상했다. 다른 업체들의 인상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매년 한 번씩 인하했던 밀가루 가격도 하반기 중에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정호 CJ제일제당 소재곡물전략팀 부장은 "사료를 생산할 때 값이 크게 오른 밀 비중을 줄이고 옥수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옥수수 가격도 올라가고 있어 문제"라며 "최근 가격이 급등한 곡물이 원가로 반영될 2~3개월 뒤부터 상당한 원가 압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한제당 관계자는 "사료용 밀은 우크라이나에서 구입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곡물 수출금지 조치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며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의 비상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