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과잉진료 최악…의료지출 억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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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저가 복제약 처방 확대 시행 권고위 · 십이지장궤양을 앓고 있는 서울 도화동의 이모씨(53)는 약물치료를 받았음에도 속쓰림 증상이 수시로 나타나 2~3개월에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보건당국이 추천하는 내시경 검사 건수는 2년마다 한 번씩이지만 건강보험에선 검사 횟수를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암이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자주 해본다. 본인 부담금은 1만8000원 정도지만 보험재정에서 3만~4만원이 지원된다.
서울 방배동 G소아과 S원장은 하루 평균 80명의 어린이 환자를 본다. 환자 1명에게 평균 5분의 진료시간도 할애하지 못한다.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지만 하루 100명을 보는 동료의사도 많아 경쟁을 피할 길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일 '한국보건의료 현황 및 개혁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인구 고령화 및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고 진단하고 "이를 억제할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입원 포괄수가제 확대,저가 복제약 처방 유도,주치의제 도입,담뱃세 및 주세 인상 등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및 병원 간 인수 · 합병(M&A) 허용,의대 정원 확대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진료 · 처방 · 검사 · 처치 건수에 따라 의사들이 더 많은 보험수익을 올리는 행위별 수가제가 의료서비스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의사의 하루 진료 건수를 제한해 초과시 불이익을 주는 인두제를 도입하고 질병별로 표준화된 치료법과 기간,비용을 적용하는 입원 포괄수가제를 확대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주치의 진료의뢰 없이 바로 상급 병원에 가는 경우 추가비용을 내도록 해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제비 절감을 위해 복제약 가격을 인하하고,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 참조가격제 등을 도입 또는 확대 실시하며,일반의약품(OTC)의 약국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의사 개인이나 비영리 법인만이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현 제도 때문에 병원의 자본 조달과 대규모 첨단시설 구축이 어렵다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허용하되 부작용을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병원 간 M&A를 허용해 병원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 이후 연간 3058명으로 감축된 의사 정원을 늘려 의사들의 과다 진료 부담을 줄이고 진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