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무산 위기 후폭풍] "한강로 빌라 3.3㎡당 2천만원 내려도 거래 안돼"

"한달째 매수 문의조차 없어 답답"
청약 흥행 오피스텔 계약 포기도
"집을 내놓은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문의 전화도 없다네요. 공인중개사 말을 들어 보면 용산 역세권 문제가 정해져야 거래가 될 거라고 하는데 답답하기만 하네요. "(서울 용산구 주민 L씨)

"용산 최대 호재인 국제업무단지 사업이 무산되면 이 일대 부동산 시장도 호시절이 끝났다고 봐야죠."(용산구 한강로 2가 H공인 관계자)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파국 위기를 맞자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사업 지구에 포함된 한강로와 서부이촌동 일대는 물론 원효로 등 용산지역 일대에 여파가 미치고 있다.

◆부동산 거래 올스톱

지난 7일 용산구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는 대부분 한산한 모습이었다. 간혹 걸려 오는 전화는 내놓은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휴가 시즌이 겹쳐 문을 닫은 중개업소가 많았다. 한강로에 있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국제업무단지 자금조달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지만 사업규모가 워낙 커 파국으로 치다를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거래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물산 등 건설투자자들과 땅주인인 코레일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사업 방향성이 결정되지 않아 매매의사 결정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강로 2가 O공인 관계자는 "지난 몇 개월간 매매가 거의 없었다"며 "뛰어난 입지 덕에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문의는 꾸준하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강로2가 벽산메가트리움 59㎡(계약면적 기준)는 2억5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오지만 거래된 물건이 없어 실제 가격은 아무도 모른다는 분위기다.

인근 재개발 지역 부동산도 영향을 받아 뉴타운으로 지정된 한강로 3가 빌라 · 다세대 주택도 거래가 없다. 대지 지분이 30㎡ 내외인 한 빌라는 지난 3월 3.3㎡당 8000만~9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엔 7000만원 수준의 급매물도 거래가 어렵다는 전언이다.

◆분양 시장도 타격지난달 평균 42.4 대 1의 경쟁률로 관심을 모았던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 오피스텔은 당첨자의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했다. 인근 공인중개소 사장은 "층과 향이 좋은 일부 세대는 1000만~2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그 외에는 계약률도 낮고 매물도 분양가 수준에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은 이달 중 아파트도 분양할 예정이다. 동부건설은"용산에서도 미분양이 생겼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오는 27일께 원효로1가 주상복합단지 '용산더프라임'을 분양할 계획인 동아건설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3.3㎡당 3000만원인 인근 시세보다 낮은 최저 2100만원 안팎, 펜트하우스는 2700만원으로 분양가를 낮춰 분양 흥행몰이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용산발 후폭풍'이 강남 등으로 확산되며 주택시장 하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재후/이승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