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엔 운송·화학株가 '깜짝 실적' 선봉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진정되자…이익 전망치 늘어나는 기업 속출
매출·영업익 전망 함께 증가한 현대상선·국순당·모두투어 주목
하반기 기업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예상 속에서도 증권사들이 3분기 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2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놓은 운송 · 화학 · 에너지 업종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실적 발표 시즌 동안 향후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종목들은 경험적으로 시장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적 모멘텀 살아있다"8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편입된 상장사들의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 6월 말 52.3%에서 이달 53.5%로 1.0%포인트 올랐다. 연간 EPS 증가율도 54.9%로 한 달 전 전망치(52.0%)에 비해 3%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이익 증가율은 올 들어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면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다 5월 이후 하반기 이익 모멘텀 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정체되는 모습이었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부 기업의 2분기 '어닝쇼크'가 이익 전망치 상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전망치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상반기 상장사 실적 개선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정보기술(IT) 업종에 대한 이익 전망치는 상향폭이 줄어든 반면 운송 및 화학 · 에너지 업종의 이익 전망치는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타이트한 수급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주요 정유 · 화학업체의 3분기 매출 전망치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2주 만에 4.0%,영업이익 전망치는 6.4% 각각 올라갔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IT 업종은 매출 전망치가 0.7%, 영업이익 전망치는 0.2% 오르는 데 그쳤다. 임 연구원은 "2분기 예상밖의 호실적을 올린 철강 조선 기계 등 소재 및 산업재 업종도 하반기 업황 개선으로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익 전망치 상향이 재개됨에 따라 코스피지수 1800선 돌파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분석이다. 김도균 SK증권 연구원은 "주도업종인 IT와 자동차의 실적 전망이 둔화되고 있지만 이익수정비율(이익 전망 상향 종목 수÷하향 종목 수×100)은 여전히 30%를 넘어서고 있다"며 "단기적인 증시 상승 모멘텀은 살아 있다"고 말했다.

◆주도주 빈 자리 메울까빠른 순환매로 이렇다 할 주도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이익 상향 추세가 살아 있는 종목을 주목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중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시즌 동안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종목은 일반적으로 다음 실적시즌까지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가 동시에 높아진 기업일수록 주가 오름폭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매출 · 영업이익 전망치가 모두 오른 종목 중 이익 상향폭이 큰 종목은 현대상선 국순당 모두투어 심텍 한전기술 순이었다.

현대상선은 운임지수가 계속 오르는 데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6월 말 1587억원에서 이달엔 2595억원으로 한 달여 만에 60% 이상 올랐다. 막걸리 열풍 수혜주인 국순당도 3분기 영업이익이 78억원으로 당초 예상치(48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두투어와 심텍 한전기술 역시 영업이익 전망치가 30% 이상 늘어났다. SK에너지 LG화학 SKC 등 화학 · 에너지 업체들도 이익 전망치가 크게 늘었고,세아베스틸은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이 기대됨에 따라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상향 조정됐다. 임 연구원은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와 함께 이익 전망 상향이 이루어진 SK에너지 세아베스틸 등은 향후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