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 경제팀 대부분 유임…친서민ㆍ4대강 정책 큰 틀 그대로

경제정책 바뀌나
부동산 규제완화도 쉽지 않을듯…재계 "기업가 정신 살려줘야"
이번 개각에서 경제팀은 큰 변화가 없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핵심 경제라인이 유임됐다. 당초 교체가 유력했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자리를 지켰다. 4대강 사업을 중단없이 추진하라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관가 주변의 분석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가 연구 · 개발(R&D) 전략을 다시 짜고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정부와 업계에서는 유임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최 장관 스스로 정치 복귀를 강하게 희망해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정책 기조 유지될 듯

경제팀 유임은 국가적 과제인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예견됐던 일이다. 경제팀 수장인 윤증현 장관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취임해 산적한 현안을 무난하게 풀었다. G20 의장국의 주무장관으로 11월 정상회의를 차질없이 준비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있다. 진동수 위원장도 윤 장관을 도와 G20 회의에서 핵심 의제인 금융개혁 이슈를 주도해야 한다.

현 경제팀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경제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경제팀을 유임시킨 것은 위기 극복과 양극화 해소,일자리 창출 등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를 변함없이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경제팀 유임과 관련,전경련은 논평에서 "현장을 중심으로 소통해 경기 회복을 가속화하고 국가 위상을 향상시키는 데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고용 확대,기업 경쟁력 강화,기업가 정신 제고,노사관계 안정 등에 좀 더 많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협은 "오는 11월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경제인 정상회의)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격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욱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과 선진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새 내각이 더 힘써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친서민 · 중기 정책은 강화경제팀 유임으로 청와대가 주도하는 '친서민 · 중소기업'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로 예정된 2010년 세제개편을 포함해 하반기 범 정부 차원에서 준비 중인 청년실업 종합대책,물가안정 방안,저출산 종합대책 등에서도 친서민 코드가 강하게 가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조사를 주도했던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의 유임도 중소기업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계속 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 마련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 중 친서민 기조에 어긋나는 것들은 더 이상 진행하기가 곤란해질 가능성이 있다. 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투자개방형(영리) 의료법인은 반대론자였던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대강 · 부동산 정책은 그대로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2008년 2월 취임 이후 매주 일요일 과천 청사에서 간부회의를 열었으나 최근 2주 연속 회의를 걸렀다. 국토부에서는 이를 두고 교체가 확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유임으로 발표나자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4대강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할 최고 적임자로 인정받은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야당과 환경단체의 4대강 반대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정당성을 설파하는 데 전력을 투구했다. 올해 들어서는 1주일에 한 번씩 4대강 공사 현장에 내려가 공정 진척을 진두지휘했다.

국토부의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4대강 공사를 독려하기 위해 앞으로 현장을 찾을 일이 많을 것 같다"며 "아무래도 현장에서 가장 잘 보필하면서 4대강 공정을 빈틈없이 추진할 사람은 정 장관 말고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야당 등의 반대에 적절히 대처하고 원래 목표대로 밀고 나갈 리더십이 필요한데 적임자가 바로 정 장관"이라고 덧붙였다. 주택거래 활성화,보금자리주택 등 부동산 정책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친서민 기조에 따라 부동산 규제 완화를 대거 풀거나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조절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구조조정은 묘수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장규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