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연일 기승인데 그 많던 모기 어디로 갔나

개체수 작년보다 30~40% 감소
봄철 이상저온으로 번식 못한 탓
그렇게 많던 모기가 올여름엔 다 어디로 간 걸까. 열대야와 함께 여름밤의 '양대 불청객'인 모기가 사라져 그나마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여름 모기 개체 수는 지난해보다 평균 30~4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주 정기적으로 조사한 모기 개체 수는 작년에 비해 최소 20%에서 많게는 75%까지 줄어들었다. 서울 강남,서초와 동대문,성동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도 "모기를 퇴치해 달라는 민원이 평년보다 30%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모기가 줄었다는 사실은 모기 퇴치용품 판매가 급감한 데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홈플러스 전국 매장의 가정용 모기약과 모기 살충제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5%나 줄었다. 이처럼 모기의 기세가 약해진 것은 지난 봄에 발생한 이상저온 현상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 4월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 최저인 9.9도를 기록,모기 번식에 가장 적합한 온도로 알려진 15도에 한참 못 미쳤다.

또 3~5월 중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 오는 날이 잦았고 강수량(325.2㎜)도 평소보다 많아 모기알이 유충으로 부화하거나 부화한 유충이 성충으로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서울에는 현재까지 일본뇌염 모기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적으로 모기는 7월에 한 번 기승을 부린 다음 장마철과 무더위 중에 기세가 주춤했다가 가을이 임박한 8월 말~9월 초 한 번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방역 전문가들은 무더위가 끝나는 이달 말부터 모기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태근 서울시 전염병관리팀 주무관은 "이달 들어 평년과 같은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고 큰 비도 없을 것으로 보여 모기 개체 수가 평년 수준을 다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