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모르는 이태원 '제2 가로수길' 1년새 2배 껑충

'꼼데가르송 길' 가보니
땅값ㆍ상가 임대료 초강세…매매가 3.3㎡당 최고 1억원
"강남보다 싸고 분위기 좋다" 명품숍ㆍ고급식당 속속 입점
"스튜디오용 전세 물건을 찾으신다고요? 3억원짜리 단독주택 전세는 힘든데….집주인과 상의해 보고 연락 드리지요. "

9일 오후 7시 서울 한남동 이태원 제일기획 인근 G공인중개사무실.임대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연이어 걸려왔다. 한남동에서 10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G공인중개 K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다지만 한남동 이태원동은 거래가 활발하다"며 "작년보다 가격도 올랐고 찾는 고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3.3㎡ 당 매매가 1억원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이태원 제일기획에서 6호선 한강진역으로 이어지는 640여m '꼼데가르송 길'이 강남 신사동에 이은 '제2 가로수길'로 떠오르고 있다. 이 일대는 제일모직이 지난해 일본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가 만든 아방가드르의 대표 브랜드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특정 브랜드로 채워진 명품 매장)를 인수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달 개장 예정인 매장은 5층 건물 전체가 꼼데가르송 숍으로 꾸며진다. 상가 전문가들은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가 한남동 상권 전체를 뒤바꾸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꼼데가르송은 예술적인 성향이 강해 대중적인 패션거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한남동의 차별적이고 색다른 분위기가 브랜드 컨셉트를 보여주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패션거리로 부각되면서 이 일대 땅값과 임대료도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지난해 초 3.3㎡ 당 4000만~5000만원이었던 매매가는 최근 7000만~8000만원까지 올랐다. 현재 매매협상이 진행 중인 한 여관 물건에 대해 매수자는 3.3㎡당 6000만원을 말했으나 매도자는 7000만원 이하론 못판다고 고집하고 있다.

임대료도 올랐다. 대로변 1층 231㎡(70평) 월세가 600만~700만원 선(보증금 1억원 선)이다. 신축 건물은 월 700만~800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됐다. 인근 고려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상가 임대는 없어서 계약을 못한다"고 전했다. 한남동 글로벌부동산 관계자는 "주로 강남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며 "가로수길 등 강남의 임대료가 지나치게 올라 이주하려는 수요"라고 분석했다.

◆개성 있는 리모델링 빌딩이 분위기 바꿔

'꼼데가르송 길'은 관광객보다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며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낡고 오래된 건물들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로 장식된 퓨전카페나 명품숍들로 단장했다.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의 총주방장이었던 에드워드 권 셰프가 개장한 레스토랑 '더 스파이스'도 상권 가치를 높이고 있다. 커피는 물론 예술(드로잉)도 테이크아웃한다는 컨셉트로 만들어진 '테이크아웃드로잉' 3호점도 바로 옆에 문을 열었다. 이태원의 낡은 건물을 임대한 세입자들이 2억~3억원씩을 투자,개성있는 건물로 리모델링하면서 상권 형성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첨단 트렌드를 주도하는 패션과 유통 업체들이 들어서는 것도 '제2 가로수길'의 특징이다. '키치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설치 미술가 최정화씨의 작업실,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구를 만든다는 가구 디자이너 이종명씨의 명품숍,여성 건축가 유이화씨의 B스토어 등이 '꼼데가르송 길'에 둥지를 틀었다. 그밖에 앙드레김 숍,폭스바겐 · 아우디 매장,IP부티크 호텔 등이 거리를 바꾸고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의 상권이 절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향후 2~3년 후 꼼데가르송 길도 특유의 분위기를 가진 명품 길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