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도나도 '親서민' 구호 포퓰리즘이 걱정이다

'친(親) 서민'이 국정 화두로 떠오른 이후 정부나 정치권이 온통 친서민 구호에 매몰되고 있는 양상이다. 새로 지명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첫 발언은 "잘나가는 사람이 더 혜택 받으면 사회는 분노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관 후보자들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서민정책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얘기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지난 주 '서민정책특위'를 가동시키고 구호가 아닌 집행하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민주당도 질세라 '친서민 30대 정책'을 발표하고 여야 정책위의장 회담도 열자고 제안하는 등 여야가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친서민 정책이 갖는 중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고,아직 경제회복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것이 사회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가 정책경쟁을 벌이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휩쓸리듯 친서민을 내세우는 동기의 순수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이 같은 정책 기조가 일방에 치우칠 경우 그 부작용 또한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 여당의 친서민 노선이 6 · 2 지방선거 이후 부쩍 강조되고 있는 점이나,야권이 7 · 28 재 · 보선 패배 후 경쟁하듯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필연적으로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결국 친서민 구호가 과연 얼마나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고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결실을 맺을지 의문이다. 말만 앞세우고 재정의 낭비만 초래하는 퍼주기식 선심 정책이 남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친서민 정책이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새 내각은 물론 여야 정치권 모두 이 점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