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작은 배려 큰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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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과일 행상을 하시는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도와드린 적이 있다. 장사를 하다 보니 모든 과일을 다 헤집어 보고는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거나 혹은 몇 개만 사가는 손님들이 꼭 있었다. 같은 값을 주고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과일이란 게 사람의 손을 조금만 거쳐도 흠이 생기고 물러져서 결국엔 제값을 못 받고 팔다 보니 어린 마음에 적잖이 속이 상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서 "길거리나 시장,노점에서 물건을 살 때 좋은 물건 고르려고 애쓰지 말고,값도 깎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저 집어 주는 대로 받고,달라는 대로 값을 지불하더라도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아픈 마음'을 달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아파트 입구 노점의 중요 단골이 되었고,결과적으로 싱싱한 물건을 좋은 값에 사게 되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는 동네 작은 푸줏간의 꽤 큰 단골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옆에 대형 푸줏간이 들어섰다. 작은 푸줏간에는 자연히 손님이 뜸해졌다. 우리는 계속 작은 푸줏간의 단골로 남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왠지 마음 편한 선택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내심 마음씨 좋은 작은 푸줏간 주인을 돕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가 더 혜택을 보게 되었다. 작은 푸줏간 주인은 우리가 갈 때마다 좋은 고기를 골라 줬고,질 좋은 상품이 들어오면 직접 연락을 줘서 덕분에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를 살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나름 상대방을 도우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었는데,오히려 우리가 더 큰 도움을 받은 것이다. 고마운 마음에 훈훈한 감동이 느껴져 마음의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삶의 풍성함이란 이렇게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에서 오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성자가 된 청소부'의 작가인 바바하리 다스가 이런 예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 맹인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 예화를 들으며 좀 더 깊은 차원의 배려에 대해 생각해봤다. 솔직히 나는 아직 그 맹인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일에 세심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배려하기보다 받는 삶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타인의 호의를 너무 당연히 여긴 적은 없는지 늘 내 자신을 돌아보며 살고 싶다. 배려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 보니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씀'이라고 한다. 요즘 들어 마음의 여유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고 내가 마음 쓸 곳이 어디인지 다시 살펴봐야겠다. 작은 배려가 가져다 줄 큰 기쁨을 기대하면서.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crwoo@yulchon.com
어느 날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서 "길거리나 시장,노점에서 물건을 살 때 좋은 물건 고르려고 애쓰지 말고,값도 깎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저 집어 주는 대로 받고,달라는 대로 값을 지불하더라도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아픈 마음'을 달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아파트 입구 노점의 중요 단골이 되었고,결과적으로 싱싱한 물건을 좋은 값에 사게 되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는 동네 작은 푸줏간의 꽤 큰 단골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옆에 대형 푸줏간이 들어섰다. 작은 푸줏간에는 자연히 손님이 뜸해졌다. 우리는 계속 작은 푸줏간의 단골로 남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왠지 마음 편한 선택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내심 마음씨 좋은 작은 푸줏간 주인을 돕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가 더 혜택을 보게 되었다. 작은 푸줏간 주인은 우리가 갈 때마다 좋은 고기를 골라 줬고,질 좋은 상품이 들어오면 직접 연락을 줘서 덕분에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를 살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나름 상대방을 도우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었는데,오히려 우리가 더 큰 도움을 받은 것이다. 고마운 마음에 훈훈한 감동이 느껴져 마음의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삶의 풍성함이란 이렇게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에서 오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성자가 된 청소부'의 작가인 바바하리 다스가 이런 예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 맹인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 예화를 들으며 좀 더 깊은 차원의 배려에 대해 생각해봤다. 솔직히 나는 아직 그 맹인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일에 세심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배려하기보다 받는 삶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타인의 호의를 너무 당연히 여긴 적은 없는지 늘 내 자신을 돌아보며 살고 싶다. 배려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 보니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씀'이라고 한다. 요즘 들어 마음의 여유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고 내가 마음 쓸 곳이 어디인지 다시 살펴봐야겠다. 작은 배려가 가져다 줄 큰 기쁨을 기대하면서.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crwoo@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