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만성적자 '탈출구' 없나] (中)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 지난해 9만명…입원율 일본의1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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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험금 갉아먹는 주범#. 지난 6월30일 충남 아산경찰서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보험 사기단 92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아는 사람들과 짜고 상습적으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나지도 않은 사고를 허위로 접수해 거액의 보험금을 챙겼다. 이들 일당이 2004년부터 작년 8월까지 48회에 걸쳐 보험 범죄로 취득한 금액은 모두 2억4000여만원에 달했다.
기업화하는 보험사기
허위 교통사고 적발 20% 불과…10~20대 청년층 범죄 40%나 늘어
줄줄 새는 보험금
보험사기로 年 1조5000억 누수…가구당 보험료 15만원 더 낸 꼴
정비업체 우후죽순
수리내역 허위청구 갈수록 급증…정비요금 오르면 보험료도 덩달아 껑충
자동차보험이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것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보험사기 탓이 크다. 교통사고를 이용한 보험사기의 대상과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보험사기는 직업과 연령에 관계없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교통사고 가짜 환자인 '나이롱환자',정비업체 난립으로 인한 정비요금 인상도 자동차보험금 누수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조직화 · 기업화하는 보험사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2237억원,적발인원은 4만6370명이었다. 금액으로는 전체 보험사기의 67.7%로 2위와 3위인 보장성보험(13.7%)과 장기보험(13.1%)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적발인원(5만4368명)을 기준으로 하면 85.4%에 이른다. 유형별로 보면 사고 내용의 가공 · 조작을 통해 보험금을 타내는 '허위사고'가 29.0%(958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금을 노리고 사고를 유발하는 '고의사고'가 23.4%(777억원),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운전자 등을 보험 가입 운전자로 변경해 보험금을 타는 '바꿔치기'가 17.3%(571억원)였다.
보험사기는 갈수록 조직화 · 기업화하고 있다. 자신이 입은 상해를 부풀려 보험금을 타내는 행태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조직폭력배와 병원관계자,자동차 정비업체 등이 치밀하게 공모한 대규모 보험사기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4일 대전 서부경찰서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허위 입원하는 방법으로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대전지역 폭력조직원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여기에 청소년과 대학생까지 보험범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연루자 중 10대 청소년은 1307명으로 2008년(941명)에 비해 38.9% 늘었다. 20대 청년층은 1만1725명으로 전년(8380명)보다 39.9%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적발되는 보험사기 비율이 20%에도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보험사기로 빠져나간 보험금이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보험료를 15만원 정도 더 낸 셈이다. 이득로 손해보험협회 업무담당 상무는 "교통사고를 위장한 보험사기는 마치 재테크처럼 인식될 정도"라며 "보험사기만 막아도 자동차보험료를 10%가량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스치기만 해도 드러눕는 '나이롱환자'
자동차보험금이 새는 데는 교통사고 뒤 가짜로 입원하는 이른바 '나이롱환자'도 한몫한다.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자동차 사고로 입원한 환자 중 외출 등으로 자리를 지키지 않는 등 가짜로 추정되는 환자는 8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지급된 보험금만 해도 치료비 299억원과 합의금 566억원 등 865억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자동차보험료가 보험금(71%)과 사업비(29%) 등을 따져 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가짜 환자에게 지급된 돈 때문에 선량한 운전자들이 연간 1200억원 이상의 보험료를 더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은 다른 나라보다 최고 10배나 높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08년 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율은 60.6%다. 반면 일본은 6.4%,유럽은 15~20%에 불과하다.
◆정비업체 난립이 보험료 인상 부추겨손해보험사들이 내달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키로 한 데는 지난 6월부터 적정 정비요금이 18%가량 올라간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비요금이 오르면 원가부담이 늘어나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정비요금 인상으로 5.6%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겼다는 게 손보업계의 주장이다. 정비요금은 국토해양부가 정해 공표한다.
문제는 정부가 '친절하게' 요금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다 보니 정비업체가 난립하고 이로 인한 정비 물량 부족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00년 1205만9276대에서 2008년 1679만4219대로 39.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정비업체 수는 3010개에서 4705개로 56.3% 늘었다. 당연히 정비업체당 차량 수리 대수는 4006대에서 3659대로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비업체가 수익을 내기 위해 자동차 수리 내역을 허위로 청구하는 '가짜 청구(가청)'와 사고차량을 견인해오는 기사에게 사례비를 제공하는 일명 '통값'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이는 다시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비요금 공표를 통해 일정 수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다 보니 정비업체 수가 적정 시장 규모를 넘고 있다"며 "정비요금을 인상하기 전에 정비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