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7명 동원엔텍, 2만명 스웨덴社와 해저케이블 '맞짱'
입력
수정
1000억 규모 보호관 구축 사업"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이 되겠습니다. "
제주 이어 케냐서 입찰 경쟁
해저케이블 보호관 전문업체인 동원엔텍의 신승호 대표(60 · 사진)는 곧 다가올 1400㎞의 아프리카 케냐 해저통신망 보호관 구축사업 입찰에서 스웨덴의 트렐리보그를 제치고 꼭 수주에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직원 7명,매출 30억원의 작은 기업이 1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대형 수주사업을 놓고 40개국에 2만명의 직원을 둔 매출 4조원대의 트렐리보그에 정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신 대표는 "전 세계에서 우레탄 재질의 고기능 해저케이블 보호관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트렐리보그와 동원엔텍 단 두 곳뿐"이라며 "가격과 품질 경쟁력으로 골리앗과 정면 대결하겠다"고 말했다.
2008년 지식경제부의 세계일류상품으로 지정되기도 한 동원엔텍의 '우라프로텍'(URAProtect)은 심해에서도 제품의 변형이 쉽게 생기지 않는 등 경쟁사에 비해 인장강도,내마모성 등이 훨씬 뛰어나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제품가격도 경쟁사에 비해 30% 낮은 ㎏당 12~15달러 선에 공급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동원엔텍은 이미 지난해 한전의 제주~진도 간 총 연장 315㎞의 해저케이블 공사에서 트렐리보그와 전초전을 치렀다. 무명의 동원엔텍이 입찰전에 뛰어들자 사업 초기만 해도 700억원 이상은 돼야 공사가 가능하다고 분위기를 몰고 가던 트렐리보그가 최종 입찰에서는 10배나 낮은 75억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동원엔텍은 이보다 20억원 높이 써 사업참여에 실패했다. 신 대표는 "최소 100억원은 돼야 본전을 찾을 수 있는 사업인데,이렇게 무모하게 가격을 내린 것은 동원엔텍의 존재를 부담스러워 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렐리보그가 해저케이블 보호관에 대한 국내 제품 특허가 없다는 것을 문제삼기도 했으나 이후 서로 협력하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이 덕분에 지난해 말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의 협력사로 지정될 때 트렐리보그는 동원엔텍이 일본 특허가 없다는 점을 문제삼지 않았다.
신 대표는 특수 파이프 소재 분야에서 이미 전문가로 이름나 있다. 대한유화에서 23년간 생산기술 분야에 몸담으면서 상수도용 파이프 원료를 국산화한 주역이다. 이런 준비과정을 거쳐 신 대표는 2006년 창업 후 2년여 만에 우라프로텍을 국산화했다. 하조도(울돌목) 조류발전소와 목포 화원,진도 안좌 간 두 섬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보호관 사업을 수주한 것도 이 같은 기술력 덕분이다.
신 대표는 해상유전에 이어 조력 해상풍력 발전이 대체에너지원으로 부상하면서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가 연간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들 사업마다 트렐리보그와 경쟁할 것"이라며 "가격과 품질로 승부하면 세계시장의 절반은 동원엔텍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