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비엔날레 감독들의 3色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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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주·부산서 현대미술축제내달 서울 광주 부산에서 30~40대 전시 감독들이 꾸미는 현대미술 축제가 잇달아 펼쳐진다. 3일 광주비엔날레(11월7일까지)를 시작으로 11일 부산비엔날레(11월20일까지),7일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11월17일까지)가 개막된다. 젊은 감독들이 기획한 대규모 비엔날레 행사인 만큼 이들의 차별화 전략이 주목된다.
내달 일제히 개막…차별화 주목
광주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이탈리아 출신 마시밀리아노 지오니(37)는 5 · 18 광주민주화운동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일본 출신의 아주마야 다카시 부산비엔날레 감독(41)은 현대미술을 매개로 부산의 도시성과 인간의 삶을 연계한 전시를 마련한다. 김선정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시티서울 2010) 총감독(44)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잠재력을 미디어 아트로 표현할 방침이다. 지오니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은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혁명과 예술의 결합에 방점을 뒀다. 그는 "예술은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른 관점에서 '새로 짓는 것'을 의미한다"며 "5 · 18도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을 살리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시회의 주제는 고은 시인의 연작시집 '만인보'에서 따왔다. 역사와 사람의 관계를 살펴본다는 의미다. 테디베어 인형 3800개를 전시장에 내보이며 시집 '만인보'에 등장한 인물 3800여명의 이미지를 의인화할 예정이다.
그는 또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가 공존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재래시장(양동시장)을 전시장으로 선택했다. 관람객들이 닫힌 공간인 미술관을 빠져나와 시장에서 현대미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양동시장 등에서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는 미국 포스트모던 사진의 대표주자인 신디 셔먼 등 미국 유럽 아시아 작가 134명의 작품이 소개된다.
김 미디어시티서울 총감독은 스승인 백남준이 추구했던 과학과 예술의 결합을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 컨셉트로 잡았다. 일반인에게 친숙해진 미디어 아트를 통해 서울의 문화와 역사를 재발견하고 미래 이정표를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세계 미술의 흐름을 감지하는 국내외 유명 큐레이터,디렉터,과학자들과 함께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테마를 잡아내고,서구 예술의 핵심을 끌어안아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신뢰'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해 경희궁 분관,서울역사박물관 야외중정,이화여고 심슨기념관 등 정동 일대에서 진행된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을 비롯해 야엘 바르타나,더글러스 고든,김범,김순기씨 등 국내외 미디어아트 작가 46명이 참여한다.
아주마야 부산 비엔날레 감독은 문명의 진화보다는 인간과 도시의 성장 과정,지식의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 주제를 '진화 속의 삶'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요트경기장 전시장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살핀 작품들을 전시한다. 광안리해수욕장에는 '바다미술제'의 특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걸린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