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경기둔화 공식화] 日 "디플레 위험 여전"

0.1%인 초저금리 유지…엔高 감안 금융완화 저울질
"일본 경기는 완만하게나마 회복을 지속하고 있다. "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흥국에 대한 수출 호조로 생산이 증가해 설비투자나 고용으로 파급 움직임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지극히 느슨한 통화 여건을 유지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탈출과 물가안정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 회복이 이뤄지도록 당분간 초저금리 기조를 바꾸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연 0.1%인 기준금리도 그대로 유지했다.

시장에선 엔고에 대응해 일본은행이 추가적 금융완화책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엔고로 타격을 입는 수출기업을 위해 대출조건을 더 푸는 조치 등을 예상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엔고 리스크와 관련,"국제금융자본시장의 움직임이 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짚고 넘어갔다. 엔고에 우회적인 우려를 표시하는 데 그친 것이다. 미국 경제의 불안에 대해서도 일본은행은 "표준적인 전망의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그리 낙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의 엔고나 경기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 정부는 10일 발표한 월례경제보고서에서 "최근 엔화 강세는 돌발적이었으며,경제 성장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시장의 움직임과 디플레이션은 여전히 일본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엔고나 디플레를 감안할 때 일본은행과 더 긴밀하게 협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라카와 총재가 "통화 정책이 환율에만 영향받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언제까지 '관망'모드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다. 노린추킨 리서치의 미나미 다케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경제전망이 시장보다 다소 낙관적"이라며 "정부의 엔고 우려가 커지면 일본은행도 추가적인 금융완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엔화가치는 11일 런던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4.72엔으로 1995년 7월 이후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