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박영준 국무차장 "내 거취 나도 몰라"

"아프리카 외교성과 가시화"
조만간 있을 차관급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사진)은 11일 자신의 거취에 대해 "나도 모른다"고 했다. 한동안 야당의 '영포라인' 공세에 시달렸던 박 차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임명권자만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즉답을 피해갔다.

정치권에서는 젊은 총리 김태호 내정자와 정권의 2인자 이재오 특임장관의 전면 부상 등 총리실 주변의 정치 지형을 감안할 때 박 차장이 타 부처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총리와 총리실장이 한꺼번에 교체된 만큼 실세 차관이 좀 더 머무를 가능성도 제기한다. 박 차장은 '실세 국무차장이 자리를 옮기면 총리실의 국정 조율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총리실의 정책 조율 기능은 제도와 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예산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와 인사권을 가진 행정안전부의 입김이 너무 강해 다른 부처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며 "두 부처의 독주를 막아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총리실의 기능과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해관계가 엇갈린 부처의 의견을 한 곳으로 모으려면 해당 사안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토요일마다 KDI 등과 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이날 오후 3시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의 이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적도기니의 테오도르 오비앙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서였다. 박 차장은 "지난 5월 자원외교단을 이끌고 적도기니를 방문했을 때와 6월 말 콩고민주공화국 독립 50주년 기념행사 때 오비앙 대통령을 두 번 만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Mr.아프리카'로 통하는 박 차장은 "아프리카 외교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STX의 가나 주택건설 사업(1단계 3만채 · 15억달러)이 최근 가나 의회를 통과했고,지난달에는 국내 업체가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광산개발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또 "콩고민주공화국의 인프라(상하수도 · 도로)를 건설해주고 자원(금 · 구리광산)을 받는 자원 · 인프라 패키지 딜도 성사 단계에 와 있다"고 덧붙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