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둔화에 IT株 '직격탄'

공급과잉 재부각…공매도까지 몰려
하이닉스ㆍ삼성전기 5% 넘게 급락
미국의 경기 회복 둔화 소식에 정보기술(IT)주가 11일 직격탄을 맞았다. 하반기 IT 제품의 수요 감소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요 IT주들이 일제히 추락했다. 최근 공매도 물량이 IT주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주가 약세를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이 기술주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어 당분간 IT주는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2.68%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1.77% 떨어진 77만9000원에 마감해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으로 78만원 선 아래로 처졌다. 하이닉스(-6.19%) 삼성전기(-5.47%) LG디스플레이(-4.60%) 등은 낙폭이 더 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날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히자 하반기 IT 업황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부각되면서 매도심리를 자극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1,2위 종목은 삼성전기(454억원)와 하이닉스(404억원)였다. 기관도 삼성전자(1085억원) 하이닉스(995억원) LG디스플레이(237억원)를 가장 많이 팔았다.

공매도 물량도 IT주로 몰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삼성전기(1735억원) 하이닉스(1107억원) LG이노텍(743억원) 삼성SDI(465억원) 등 대형 IT주들이 공매도 금액 상위 1~4위에 올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를 염두에 두고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 역시 IT주 위주로 이뤄졌다. 이달 들어 대차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삼성전기(3998억원)다. LG이노텍(841억원) 삼성SDI(466억원) 등도 대차 잔액 증가 상위권에 올랐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IT주가 미국의 경기 둔화에 발목이 잡혔다"며 "외국인과 기관이 앞다퉈 차익을 실현하고 있어 주도주로 복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