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오일뱅크 지분 70% 인수…美선 7억弗 태양광발전소 수주

에너지ㆍ자원개발 사업 확장 박차
현대중공업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투자회사(IPIC)가 2년 넘게 벌여온 현대오일뱅크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현대중공업 등 범(汎) 현대가(家)는 1999년 IPIC에 경영권을 넘긴 뒤 11년 만에 현대오일뱅크를 다시 품에 안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종합상사에 이어 오일뱅크까지 외환위기 직후 흩어졌던 옛 계열사를 되찾으면서 제조업에서 에너지 · 자원개발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은 11일 공시를 통해 IPIC 측이 국제중재재판소(ICC)의 중재판정 이행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오일뱅크 주식을 양도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IPIC 측으로부터 오일뱅크 주식 1억7155만7695주(70%)를 양도받고 주식대금 2조5734억원을 결제했다.

이번 주식인수로 현대중공업의 오일뱅크 지분은 21.1%에서 91.1%로 높아졌다. 앞서 ICC는 작년 11월 IPIC가 보유한 오일뱅크 지분 전량을 현대중공업 측에 양도하라고 판정했지만 IPIC는 이에 불복,법적 소송 절차를 진행해 왔다.

◆GS 제치고 재계 7위로 도약현대중공업은 오일뱅크를 인수하면서 자산규모가 40조1890억원에서 45조7890억원으로 늘어나 GS를 앞서 재계 순위 7위(공기업 제외)로 한 단계 올라섰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10월 옛 CJ투자증권을 인수,하이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꾸고 계열사에 편입시킨 데 이어 작년 12월 자산 8088억원 규모의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오일뱅크까지 잇따라 인수해 2007년 말 30조1000억원이던 자산규모가 3년도 채 안돼 34.3% 늘어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현대오일뱅크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선임했다. 작년 말 경영일선에 복귀한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이 오일뱅크의 전신인 현대정유 대표를 맡았던 경험을 살려 대표를 겸임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으나 정 회장은 현대종합상사 경영에 집중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상사와 사업 시너지 효과 클 듯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의 오일뱅크 인수로 그동안 조선과 해양플랜트 등 제조업에 치우쳤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에너지 부문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하루 39만배럴의 원유 정제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국에 2300여개의 주유소를 확보,국내 경질유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인수한 종합상사와 정유 사업간 시너지 효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오일뱅크가 생산하는 항공유와 벙커C유 등의 수출을 늘릴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현재 BTX(방향족) 및 PX(파라자일렌) 설비 증설에 나서는 등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어 석유화학 제품의 판로개척에 종합상사가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동남아와 유럽 등 해외 판매망 확보가 중요한 만큼 현대종합상사의 해외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양광 사업도 미래 성장동력의 한축

현대중공업은 기존 제조업과 에너지사업 이외에 태양광 사업 등 신 · 재생에너지 사업 육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날 미국 그린에너지 전문업체인 마티네 에너지사와 총 7억달러,175㎿(메가와트) 규모의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마티네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15개 지역에서 총 900㎿ 규모로 추진하는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의 하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본격 수주 활동에 들어가 독일 중국 등 세계 유수 태양광 업체를 제치고 첫 번째 사업자로 선정됐다. 김권태 현대중공업 본부장은 "이번 발전소 건설을 통해 단순히 태양광 제품 공급 차원을 넘어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까지 건설할 수 있는 세계적인 태양광 업체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미국을 비롯한 유럽 아시아에서도 대형 발전소 수주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박동휘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