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치사랑이 나를 키운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치사랑'의 뜻을 질문한 경우가 많았는데 막상 안다고 대답한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반대로 내리사랑의 뜻을 물어보면 대부분이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이라며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부모의 내리사랑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보답하려는 젊은이들이 별로 없는 것을 볼 때면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들곤 한다.

치사랑은 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뿐 아니라 선생님,직장상사 등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대우해 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한다. 최근에는 치사랑의 가장 기본적 실천 사례인 효자,효녀에 대한 이야기조차 들어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학창시절 동안 늘 받고만 살아와 베푸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세대들은 직장에 들어와서도 상사나 선배가 나를 챙겨줄 것이라는 생각에 윗사람이 조금만 무관심하면 섭섭해하고 심한 경우는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전제하에 유지된다. 직장상사부터 회사와 계약관계에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내리사랑을 베풀어주는 부모와는 달리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직원에게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상사는 나에게 일을 주고 평가하며,나를 키워줄 수도 있고 힘들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치사랑은 작은 관심과 배려만으로도 실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과음한 다음 날 드링크 한 병으로도 윗사람의 마음을 녹일 수 있다. 또 업무 진행사항을 상사가 불러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사전에 미리 보고함으로써 상사가 궁금해하거나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도 치사랑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상사에 대한 치사랑을 이야기하면 아부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아부가 남의 비위를 맞추는 행위인 데 비해 치사랑은 상사를 윗사람으로 대우하고 먼저 배려하고자 하는 진심어린 행동이기 때문이다. 윗사람은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한 호감 정도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상대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위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나에게도 스트레스이고 상대방의 마음도 움직일 수 없다. 회사의 한 간부가 명절이나 새해에 모든 직원에게 보내는 스팸 메일 형태로 사장인 필자에게도 안부 인사를 한 적이 있었다. 부하 직원으로부터 모든 지인 중의 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는 느낌에 기분이 상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직원들에게 소중한 사람한테 메시지를 보낼 때는 그 사람에게 맞는 내용이거나 최소한 호칭이라도 붙이라는 조언을 한 적이 있다.

친구관계에서도 나를 특별히 생각하고 배려해 주는 친구가 더 좋듯이 많은 직원 중에서 자신을 상사로서 각별히 생각해주는 직원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모두에게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늘 함께하는 상사에게 우선 잘하는 것이 더욱 부드럽고 정감있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고 자신이 성장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박천웅 < 스탭스 대표 cwpark@staff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