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출구전략 고수] 물가 전망 어떻길래…공공요금ㆍ원자재값 줄줄이 상승

소비자물가 4분기 3.2% 오를듯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한국은행이 정책금리(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물가불안 가능성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물가가 안정돼 있으나 공공요금 인상,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국내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 등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통화당국으로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논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지난 5월까지 '경제 회복'에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춰 왔다. 금통위는 하지만 지난 1분기 국내 경제가 8%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자 지난 6월부터 무게중심을 '물가'쪽으로 이동시켜 왔다. 금통위는 지난 6월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 '물가 안정의 기조 위에서'라는 문구를 처음으로 집어넣었다. 물가안정을 염두에 두고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미였다. 지난달에도 이 문구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이달에는 이와 관련된 문구가 크게 바뀌었다.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이라는 표현으로 교체됐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에 대해 "앞으로는 견조한 성장을 이끄는 것보다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의 주 타깃을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바꿨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가를 중시하겠다는 것은 곧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물가 가운데 핵심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대 중후반(전년 동월 대비)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1월 3.1%를 기록했으나 이후 2.3~2.7%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석 달 추이를 보면 5월 2.7%,6월 2.6%,7월 2.6%다. 한은이 내건 중기물가안정 목표치가 3%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한은이 물가 우려를 계속 표명하는 이유는 이 같은 안정세가 앞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은은 상반기 2.7%를 나타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하반기엔 3.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기별로 보면 3분기 2.8%에서 4분기 3.2%로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김 총재는 특히 "공공요금이 오르고 국민생활과 밀접한 개인서비스요금이 높아지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산불로 곡물수출을 중단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점도 물가상승률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시기에 따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은의 이 같은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물가압력의 크기를 예측하는 주요 잣대가 실제국내총생산(GDP)과 잠재GDP의 차이인 GDP갭인데 이는 평가방식에 따라 크게 차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선 실제GDP가 이미 잠재GDP를 넘어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시간이 갈수록 GDP갭의 플러스비율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소는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을 내년 중반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소는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 수준에 머물러 안정된 수준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 실장은 "원 · 달러 환율이 하락 추세여서 물가상승 압력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가 가파르게 뛰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은이 물가 불안을 강조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내놔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