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 '지역특채' 확대…9급, 학교추천제 도입

정부, 채용방식 대수술
민간에 개방확대…경쟁 유도
7급 공채비율 단계적 축소
학원가·공시족 직격탄
정부가 12일 발표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은 한마디로 공직사회에 '개방 · 경쟁'시스템을 본격 도입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행정고시 등 현행 채용방식으로는 빠르게 바뀌는 정책환경과 갈수록 다양해지는 갈등에 대한 대응 · 조정능력이 떨어져 시대흐름에 맞는 유능한 공직자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등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한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쌓은 뒤 공무원으로 직업을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넓어진다.

◆고위 공무원 70%가 '고시'출신행정안전부는 이날 "1949년 고등고시 제도가 도입된 이후 공무원 채용방식에 가해지는 61년 만의 대수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른바 '철밥통'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공직사회에도 무한경쟁 시대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현행 공채(행정고시) 위주의 공무원 채용방식은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경쟁이 부족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적 시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게 사실이다. 현재 1500명 안팎인 고위공무원단 가운데 70%,과장급(3급) 중 절반을 넘는 57.9%를 고시출신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공무원 시험이 필기 위주의 평가방식이어서 자질 · 적성을 검증하기 어렵고 시험관리 역시 일반 공무원이 맡아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월 "행정고시를 포함한 현행 공무원 시험제도 전반에 대해 개방과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민간 전문가 충원 채널 다양화

이번 개선안은 무엇보다 민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특별채용을 대폭 확대해 공직자들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게 목표다. 행정고시 외에 '5급 전문가 채용시험'제도를 신설,민간부문의 다양한 전문가를 중간 관리자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들은 공무원 준비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필기시험(1차)을 보지 않고 서류전형과 면접만 통과하면 된다. 직장인 등 일반인도 전문성만 키우면 언제든지 공직에 진출해 고위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전문가 특채는 당장 내년부터 5급 신규채용의 30%까지 늘어나고 2015~2016년에는 채용비율이 50%까지 높아진다. 과장급 개방형 직위도 내년 5%,2013년엔 10%(소속기관 포함)까지 확대된다. 민간 전문가를 공직 관리자층에 과감히 끌어들여 전문성과 공공업무 효율성을 높여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권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행정고시'라는 용어를 7,9급처럼 '5급 공채'로 바꾸는 것은 이른바 비(非)고시 출신들이 느끼는 역차별과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공직사회 분위기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외교관 선발시험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폐지될 외무고시를 대체할 이 시험에서도 아랍어 등 제2외국어 능통자,기능 · 지역별 전문가 등 다양한 민간 경력자를 적극 채용해 해외공관 등에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7급 공무원 역시 공채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대신 지역인재 등 민간인 특채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9급 공무원도 각급 학교의 추천을 받아 견습으로 근무하게 한 뒤 정식 임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공무원 시험시장도 요동칠 듯공무원 채용제도가 바뀌면 현직 공무원은 물론 고시 준비생 등 이른바'공시족'과 학원가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올해만 해도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행정고시 1만3069명,7급공채 5만1452명 등 6만5000명에 육박했다. 여기에다 공무원 시험준비를 시작했지만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까지 합치면 이번 개선안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만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개편안을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통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데 3~4년이 걸리는 만큼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강황식/최진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