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펀드 정리 두달…1215개 중 7개만 청산

자투리 펀드들의 '고백 공시'가 이뤄진지 한달이 지났지만, 대부분 자투리 펀드들이 여전히 별다른 대안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 갯수는 총 1215개로 나타났다. 이는 한달 전에 '소규모펀드 1개월 여부 공시'를 통해 밝혀진 1391개에 비해 176개가 줄어든 것이지만, 이 중 펀드 규모가 작아 해지된 펀드는 7개뿐이다. 나머지 펀드들은 한달 동안 설정액 규모가 50억원을 넘은 적이 있어 공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금투협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등록 후 1년이 지났음에도 설정액이 50억원에 미달한 펀드는 임의 해지할 수 있게 된 데 따라, 지난 6월11일부터 소규모 펀드를 금투협 전자공시를 통해 공시하는 방안을 시행해왔다.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소규모 펀드 여부 공시를 한 후에는 운용사들이 펀드를 해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공시 이후에도 소규모 펀드를 해지한 운용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방안 시행 이후 두달 동안 해지 결정을 내린 펀드는 도이치자산운용의 '도이치 아시아증권투자신탁 (채권혼합)' 펀드 7종류뿐이다. 이 펀드는 클래스별로 설정액이 3억원에서 최대 28억원대에 불과하다.도이치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 규모가 너무 작아 운용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것보다는 고객이 다른 펀드로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가입자수가 적은 채권혼합형 펀드인데다 대부분 증권사를 통해 판매돼 고객 동의를 얻기가 비교적 수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은 소규모 펀드 청산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판매사에서 일일이 펀드 가입자에게 공지하는 것을 번거로워할 뿐더러, 해지 이후에 있을 투자자들의 항의를 우려해 소규모 펀드 해지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소규모 펀드들은 운용사로서도 크게 수익이 나지 않아 해지하고 싶지만, 고객과의 일차 접점은 판매사에 있기 때문에 펀드 판매사에서 동의해주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해지가 힘들다"고 밝혔다.

공시를 통해 소규모 펀드 여부를 투자자에게 알리고, 적극적으로 소규모 펀드를 정리하겠다는 금융감독의 의지와는 반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행 이후 나타나는 미흡한 점에 대해 주시하고 있고, 경과를 봐가면서 차차 보안할 계획"이라며 "내달 중으로 업계 관계자들을 모아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