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제주 '위그선' 1시간 30분에 간다

바다 위 KTX 2012년 취항
40인승 이상…최고 시속 200㎞
부산~제주·포항~울릉도 투입
바다 위를 최고 시속 200㎞로 떠서 가는 40인승 이상의 중형 위그선(수면비행선박 · 사진)이 2012년 부산~제주와 포항~울릉도 노선에 투입된다. '바다 위의 KTX'로 불리는 위그선을 타면 현재 고속페리로 10시간 걸리는 부산~제주를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국토해양부는 13일 "관련 법령과 안전 기준을 정비, 내년 하반기 위그선을 제작해 2012년 초 국내 연안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박법 등 하위 법령을 12월까지 개정하고,해운법 정비 작업도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우선 부산~제주와 포항~울릉도 등 국내 연안 항로에서 상용화한 뒤 국제 기준이 마련되면 일본과 중국 등 단기 국제노선에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위그선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관광용(8인승)으로 상용화돼 있으나 40인승 이상 여객 노선에 투입하는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위그선은 수면위 1m 안팎을 날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150m 이내에서 점프도 가능하다. 150m 이상에서도 날 수 있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비행기로도 분류된다. 수면에 가까울수록 양력(揚力)이 높아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수면 위에 형성된 '공기 쿠션' 위를 미끄러지듯 항해한다고 보면 된다. 빠른 속도를 내면서도 저항을 거의 받지 않아 동급 여객선에 비해 연료 사용량이 70~80% 절약되는 친환경 선박이다.

국내에서는 2개 업체가 위그선을 제작하고 있다. 2008년 5인승 위그선 제작에 성공한 C&S AMT는 20인승 모델을 개발 중이다. 윙쉽중공업은 지식경제부 지원을 받아 올해 말까지 40인승 위그선을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강창구 윙쉽중공업 사장은 "시장이 성숙하면 연안항로나 단기 국제 노선에서 항공기 수요를 일부 대체할 수도 있어 20~30대를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150인승 위그선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나 제작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안전 문제.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소형 위그선이 제작됐으나 아직 여객이나 화물용으로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 윙쉽중공업도 연말께 선보일 위그선의 성능 · 안전성 인증을 영국 로이드사(Lloyd's Register)에서 받는다.

국토부도 최근 선박의 안전운항을 검증하는 기관인 KR(한국선급)에 위그선 안전성 검사를 용역의뢰했다. 내년 초 상용 위그선 제작이 완료되면 철저한 안전검사를 통해 운항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상용화 이전까지 관제 · 표지 · 접안 시설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위그선만 운항하는 별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준비에도 착수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