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행동패턴 상시 분석으로 미래소비 예측…"고객 뇌 속을 파고 들어라"

경영학 카페-마케팅의 세계
이벤트 기반 마케팅(EBM)
회사원 홍길동씨는 최근 해외여행을 위해 항공권을 구입했다. 얼마 뒤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즐거운 해외여행,환전 수수료 우대받으세요! OO은행'.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해 한 금융그룹은 '이벤트 기반 마케팅(event-based marketing · EBM)'에 초점을 둔 고객관계관리(CRM) 재구축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석,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EBM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항공권을 구입한 고객은 조만간 환전을 위해 은행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그룹으로서 통합 EBM 체제를 갖출 경우 카드 결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적기에 환전 마케팅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의 행동 변화에 주목

EBM에서 말하는 '이벤트'란 고객의 기본정보는 물론 거래,서비스,반응정보 등 비즈니스 측면에서 유의미한 모든 정보의 발생 및 변화를 통칭한다. 주소 이전,이직,상품 구매 등 비교적 인지하기 쉬운 이벤트에서 사용한도 증액 요청 거절 이후의 카드 사용액 급감,해외여행 경비 결제 이후 환전 및 면세점 이용 등 시간 개념이 반영된 복합적 이벤트까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이처럼 EBM은 고객의 움직임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사전에 정의된 규칙에 따라 상시적 · 적시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을 관리하는 방안이다. 고객과의 양방향 소통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대화형(conversational)' 마케팅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EBM은 기존의 타깃 마케팅(target marketing)에 비해 접근 방식에서부터 근본적인 차별성을 갖는다. 타깃 마케팅이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상품에 대한 잠재 고객을 추출하는 방식인 데 비해,EBM은 각 고객에게 발생한 이벤트를 감지함으로써 고객의 요구 사항을 유추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고객 중심적'인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표 참조)

정보 업데이트가 최소 수주 내지 수개월에 걸쳐 일어나는 기존 방식과 달리 EBM은 1일 단위의 고객정보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과 접촉할 수 있어 평균 반응률이 크게 향상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EBM을 도입한 한 해외 종합금융회사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상품에 대한 푸시(push)형 마케팅을 대폭 줄이는 대신,이벤트 기반의 마케팅에 집중함으로써 고객만족도를 17% 이상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됐다. ◆금융 등 B2C에서 제조 · 물류 등 B2B까지

EBM은 금융,통신,유통,항공,엔터테인먼트 등 개인고객을 상대하는 기업(B2C)뿐 아니라 제조,물류,기업금융 등 기업고객을 상대하는 기업(B2B)까지 두루 도입해 활용할 수 있다. 거래 회사의 사업 영역에서부터 재무,인사,제품,제휴 영역 등에 걸쳐 다양한 정보를 감지하고 분석해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경쟁사에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고객들은 마케팅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정보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냉정하고 단호하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 정보만을 얻기 원하는 고객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가. 고객의 이벤트 발생 여부를 상시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적시에 마케팅 기회를 포착하는 EBM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상품 푸시 방식의 마케팅만을 고집한다면 변화하는 소비자 욕구를 따라잡을 수 없다. 마케팅의 역할은 활용 가능한 정보,채널,상품,서비스를 고객 중심적으로 배치해 기업이 최대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다 적극적인 고객 중심 마케팅 기법의 하나인 EBM이 부상하는 이유다.

글=이형인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리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