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수출경쟁력과 물가 함수…외환당국 선택 뭘까

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당 85엔 안팎으로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면서 원 · 달러 환율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미국 경제나 일본 경제에 비해 탄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원화 강세)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원 · 달러 환율은 지난달 22일 달러당 1200원 이상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주 초반 한때 1150원대로 내려갔지만,이후 오름세로 돌아서 다시 1180원대로 돌아갔다.

엔화와 원화 움직임이 이처럼 다른 그래프를 그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 무대에서의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엔화는 달러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 글로벌 자금이 달러와 엔화를 찾는 것이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의 모습이다. 여기에 한국이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제(難題)를 안고 있다는 점도 원화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제기한 '삼위일체의 함정'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은 1992년 자본자유화 조치 이후 빠른 경제 성장으로 외화가 급속히 유입됐다. 이로 인해 환율이 급락하면 무역수지가 악화돼 갑자기 외화가 빠져나가고 위기가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면 환율은 적절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뛰게 된다. 통화당국이 이를 경계하자면 기준금리를 높여야 하고 경기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경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수준에서 자본자유화 정책,환율 정책,통화 정책 등을 함께 사용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진단이다.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고(高) 환율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물가를 생각하면 무작정 외환당국이 달러를 사들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외환당국은 반대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하강)에 빠지면 글로벌 달러 강세로 원 · 달러 환율이 급등할 텐데 이때를 대비해 최후의 보루인 외환보유액도 적절히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 외환당국이 택하는 전략과 전술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번 주 경기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지표는 주로 해외에서 나온다. 미국과 유럽에서 산업생산 동향과 물가 관련 지표,일본에선 2분기 국내총생산(GDP) 등이 공표된다. 미국과 중국의 2분기 GDP 발표 이후 더블딥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번 주 주요국 지표가 논쟁을 격화시킬지,아니면 잠재울지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보조 지표들에 관심을 둘 만하다. 지식경제부가 오는 17일 내놓을 7월 전력 판매량 동향은 이달 말께 나올 7월 산업활동 동향의 예고편이 될 전망이다.

각 부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하반기 화두로 제시한 친서민정책 실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포스코의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한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주로 예고된 2011년 세제개편안에 친서민 정책을 담기 위해 이번 한 주 막바지 조율을 벌인다. 기획재정부와 더불어 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준비에 본격 나서고 있다. 다음 달 초 광주에서 열리는 '재무차관 · 중앙은행부총재회의'에서 하반기 논의의 가닥이 잡히기 때문에 회원국들과 협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