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韓·日, 구체적 실천 통해 새 100년 만들자"

정치개혁 - '미래' 강조한 對日 메시지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강제병합 100년 담화를 통해 식민지배를 반성하고 사죄의 뜻을 표한 데 대해 '진일보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간 총리의 이번 담화가 비록 국민적 기대에 미흡하기는 했으나 과거사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진정성과 성의를 대내외에 진지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한국민의 뜻에 반한 식민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했다"는 표현을 넣은 것은 일본이 간접적으로나마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한 점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대일 메시지의 핵심을 '미래'에 뒀다.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새 100년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도 함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이 가야 할 바른 길"이라고 규정했다.

간 총리가 담화문의 절반을 '미래'에 할애하며 한 · 일 공동 파트너십 구축을 주문한 데 대한 화답의 의미가 있다. 그동안 과거사에 발목 잡혀 수시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양국 관계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큰 틀에서 미래를 키워드로 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 · 일 관계는 아픈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은 "넘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며 한 · 일 양국이 마음을 열고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려면 선결 조건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과거사 미완 과제들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라는 메시지다. 간 총리 담화가 나름대로 진정성과 성의를 표하기는 했으나 강제병합의 고통과 아픔을 겪은 한국민들의 가슴에 진정으로 와 닿으려면 담화 내용을 구체화하는 후속 조치를 성실하게 실천하라는 주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강제병합의 불법성 인정,과거 징용피해자와 위안부에 대한 보상 등이 이 대통령이 언급한 넘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일본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간 총리가 밝힌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문화재 반환 협상의 진행 양상은 향후 양국 관계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