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다시 '입질'…IT株, 바닥 지났나

차익실현 일단락…'사자' 전환
"과매도 국면"…일제히 반등
주도주 복귀엔 시간 걸릴듯

증시 급락을 부추겼던 정보기술(IT)주들이 지난 13일 일제히 반등했다. 그동안 '팔자' 우위로 일관했던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 조짐을 보이면서 IT주들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전자업종으로 분류되는 주요 IT주들을 저가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기술적 분석상 과매도 국면에 접어든 데다 차익 실현을 위한 기관의 대규모 매물 공세는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 IT주가 반등할 경우 코스피지수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IT주 급락세 멈춰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전기전자업종지수는 7680.08로 전날보다 2.24% 급등했다. 코스피지수(1746.24)의 상승률 1.42%를 훨씬 넘어섰다.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이달 들어 12일까지 5.01% 뒷걸음질치며 코스피지수 하락률(2.13%)을 밑돌다가 모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76만원대로 밀려났던 삼성전자가 78만1000원으로 2% 가까이 올랐고 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도 1~2%대 동반 강세를 보이며 업종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IT주 급락의 대표주로 꼽혔던 삼성전기는 12만8500원으로 7500원(6.20%)이나 치솟았다. 올 들어 최대 상승폭이다. 기관투자가들이 12일과 13일 이틀간 삼성전기(629억원) 하이닉스(383억원) 등 IT주를 1000억원 넘게 순매수한 가운데 외국인까지 가세하면서 주가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돼 단기적으로 주가가 바닥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익전망치 상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일부 기관의 차익 실현성 대량 매도도 한차례 끝난 것으로 보여 저가 매수세가 추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기술적으로도 주요 IT주들이 과매도권에 접어들어 단기 반등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IT주들의 주가는 이미 지난달 말 과매도 국면을 지나 이달 초 저점을 찍었다"며 "지난 주말 반등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목은 여전히 과매도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어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13일 주가가 7% 가까이 급등했지만 최근 10일간 주가 변동성이 과매도권(20% 이하)인 19%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11일 12만500원으로 7거래일 동안 14.5% 급락하며 주요 이동평균선을 모두 이탈해 바닥을 쳤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경험상 과매도권에 있던 종목은 반등 시 상승폭이 크고 반등 속도도 빠르다"며 "주가 반등을 겨냥한 단기 매매에 나설 만하다"고 조언했다.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시가총액 비중이 큰 IT주들이 조정 국면을 벗어난다면 코스피지수도 안정세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반등 이후 주가가 추세적으로 올라 주도주 자리를 되찾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김주형 팀장은 "저가 매수 세력이 가세하면서 주가를 떠받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간의 매수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일정 수준 반등 이후 기관의 매도가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IT주들은 선진국 매출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한 추세적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단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연속성을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분기별 실적은 둔화될 수 있지만 절대 규모면에서 IT주들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이어갈 것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 조정을 통해 부담을 덜어낸 만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