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곧은 나무가 천수(天壽)를 누리자

일반적으로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정(正)과 반(反)은 불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는 그리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은 새옹지마(塞翁之馬)처럼 그 결과를 정확하게 알 수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옳은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잘못된 결정이 될 수 있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변하면 판단의 기준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옳은 것, 그른 것, 필요한 것, 불필요한 것의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은 것이 요즘 세상이다.

장자(莊子)가 제자들과 산에 올라갔다가 곧게 자라지 못하고 구부러져 있는 고목을 발견했다. 그 고목은 구부러져 아무런 쓸모가 없어보였다. 이에 장자는 “이 나무는 다른 것의 재료가 되지 못해 천수(天壽)를 누리고 있구나.”라며 감탄했다. 그날 저녁 장자와 제자들은 장자의 친구 집에 묵었다. 주인은 손님들을 아주 정성스럽게 대접했다. 이때 주인이 하인에게“집에 있는 오리 두 마리 중에 울지 못하는 놈을 잡아 손님들에게 대접하라.”라고 말했다.

장자의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산에서 본 고목은 쓸모가 없어서 목숨을 보전했는데, 집에서 키우는 오리는 쓸모가 없어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희가 어떤 것을 보고 배워야겠습니까?”

장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이것은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겉보기에 그 차이가 크고 인생의 법칙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이것만큼 어려운 인생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법칙은 없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요즘 직장인은 남보다 빠른 승진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회사일은 열심히 하면서도 승진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한 직장인에게 필자가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 사람은 말하기를“빨리 승진하면 그만큼 빨리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 저는 그저 직장생활을 오래하고 싶을 뿐입니다.”고속승진이 직장인의 목표지만 그것이 조기 퇴직, 명예퇴직과 연관된다면 그런 승진은 원치 않는 것이 직장인의 솔직한 마음이다. 성공은 원하면서도 조기퇴직은 원치 않은 것이다. 정(正)과 반(反)이 혼재되는 상황이다.

그른 것보다는 옳은 것이 좋고, 불필요한 것보다는 필요로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곧은 나무보다는 굽은 나무가 천수를 누리고, 울지 않는 오리가 우는 오리보다 단명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정(正), 반(反)의 기준은 절대적이 아니고 상대적인 것이다. 특히 그것이 생존에 관한 것일 때는 더욱 그렇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기에 고정불변적일 수 없다. 동서남북의 기준이 나라면, 판단의 기준도 나를 중심으로 결정해야 한다. 내가 중심이면 옳고 그름의 법칙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생의 법칙이 상대적일 때에는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업이 이익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원칙과 전략을 끊임없이 변화하듯이,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원칙만 고수한다면 그것은 고지식한 것이다. 상황에 따라 적극 대응한다면 곧으면서도 천수(天壽)를 누리는 나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hooam.com/whoim.kr)

☞ 차길진 칼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