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세 논의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화두로 던진 통일세를 둘러싸고 백가쟁명식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본지가 어제 관련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통일세 발언이 나온 배경과 방법론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재원 마련은 빠를수록 좋다는 응답이 62%로 높게 나와 통일비용 준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이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간의 긴장이 최고조로 높아진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그렇더라도 우리 손으로 통일을 준비할 수밖에 없고 미리 대비한다면 장래의 비용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언젠가는 논의돼야 할 과제인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회 전체적인 의견수렴마저 배제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통일비용이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만큼 정확한 추산이 어려운 게 현실이고 보면 여러가지 전제조건을 달더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미래기획위원회가 지난 6월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통일비용이 2040년까지 30년간 최소 3220억달러(약 379조9600억원,점진적 개방 전제)에서 최대 2조1400억달러(약 2525조원,급격한 붕괴의 경우)로 추산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전문가들은 남북교류협력기금의 확충이나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인상,목적세 형태의 세목 신설,채권이나 통일 복권을 발행하는 방안,국제금융기구에서 차입하는 방안 등 재원조달에 관한 온갖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어떤 형식이 되든 국민들의 세금부담은 가중되고 국가재정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당장 통일세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 않고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서 임기내 실현시킬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눈앞의 정치적 계산으로 접근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철저한 경제적 관점에서 과연 시나리오별로 얼마만한 비용이 필요한지,우리의 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국민의 부담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현실적인 검토와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