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더블베이스 색다른 '초가을 앙상블'

세계가 주목하는 김수연·성민제씨 협연

9월 4일 예술의 전당서
도이치 그라모폰의 노란색 로고를 단 앨범내 화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씨(23)와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씨(20)는 '노란 딱지'의 연주자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의 노란색 로고를 단 데뷔 앨범을 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DG에서 음반을 냈다는 것은 이들의 연주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의미다. 노란 딱지를 붙인 한국 음악가는 정명훈,정경화,강동석,조수미씨 등 8명에 불과하다. 김씨는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하노버 콩쿠르,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성씨는 세계 3대 더블베이스 콩쿠르 중 슈페르거 콩쿠르,쿠세비츠키 콩쿠르에서 잇달아 최연소 1위를 차지한 실력파다.

이름만 알고 있던 두 사람은 지난 1년 동안 급속히 친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성씨가 독일 뮌헨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 입학하면서 동문이 된 것이다.

독일 뮌스터에서 유학생 부부의 딸로 태어난 김씨가 뮌헨에서 자취 생활을 하며 성씨 등 한국 유학생에게 제육덮밥,삼계탕,만두 등을 해주는 과정에서 둘은 더욱 친해졌다. 학교에서는 종종 앙상블을 이뤄 연주에 대한 조언도 해줬다. 친남매처럼 돈독한 이들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내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랑데부'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로와 실내악 연주회를 갖는 것.

김씨는 "민제와 재미 삼아 학교에서 연주하고 조수미씨의 음반 녹음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정식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이번 공연은 좀처럼 앙상블을 꾸리지 않는 피아노,바이올린,더블베이스의 구성만으로도 특별한 연주회"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바흐의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파르티타 2번',크라이슬러의 '푸냐니 스타일의 프렐류드와 알레그로',피아졸라의 '트리오를 위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등을 들려준다.

"이번에 연주할 바흐의 곡은 내년에 낼 앨범의 수록곡이기도 해요.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파르티타'는 '샤콘'이 들어 있는 명곡이죠.독일에서는 많이 공연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에요. 바흐의 곡 중 이번 공연 프로그램과 가장 잘 어울려 선곡했죠."(김수연)

"저도 최근에 녹음한 곡을 연주해요. 크라이슬러의 작품은 원래 바이올린 곡인데 더블베이스 음색에 맞춰 편곡해 들려줄 겁니다. 피아졸라의 곡은 1년 전부터 무대에서 꼭 연주하고 싶었어요. 예전부터 피아졸라를 좋아했고 더블베이스가 타악기적인 면도 있어서 피아졸라 작품과 잘 어울리거든요. "(성민제)첫 무대 공연이지만 서로의 음악 세계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아는 사이다. 김씨는 "민제는 바이올린 레퍼토리도 더블베이스로 소화할 정도로 기교적인 측면에서는 한계가 없는 연주자"라며 "평소에는 어린 동생 같은데 연주할 때는 확 달라져 멋지다"고 했다.

성씨는 "수연이 누나는 음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고 또래에 비해 매우 프로페셔널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김씨는 최근 뮌헨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지만 당분간 안나 추마첸코 교수의 지도를 계속 받을 생각이다. 그는 가르치는 일에도 관심이 있어 언젠가 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싶다고 했다. 유학 이후 음악을 대하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성씨는 "최근 바이올린,첼로 곡을 많이 연주하다보니 정작 더블베이스 작품은 어색해졌다"며 "앞으로 더블베이스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을 많이 공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2)780-505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