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대치 은마…강남 아파트 줄줄이 경매로

랜드마크 단지 매물 속출…낙찰가율도 72%에 그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울 강남의 랜드마크 및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경매물건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17일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압구정동 현대,개포동 주공,서초동 삼풍 등 강남권의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들이 이달 들어 잇따라 경매에 나오고 있다. 한 달에 1~2건 정도밖에 나오지 않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이달 들어 경매에서 낙찰됐거나 경매 예정인 물건이 5건에 이른다. 지난 2일 감정가 21억원인 164㎡(이하 전용면적)는 한 차례 유찰돼 17억16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는 경매시작 가격인 최저가보다 2160만원 높았지만 감정가 대비 81% 수준이다. 응찰자도 단 1명뿐이었다. 감정가 22억원인 145㎡는 1회 유찰돼 최저가 17억6000만원으로 오는 24일 매각된다. 145㎡(감정가 21억원)는 25일에,160㎡(감정가 25억원)와 85㎡(감정가 16억원)는 26일에 각각 첫 입찰에 부쳐진다.

재건축 개발안 확정을 앞두고 있는 개포동 주공(4건)과 최고 50층으로 재건축이 추진 중인 대치동 은마(2건)도 경매물건에 이름을 올렸다. 1회 유찰된 개포동 주공 36㎡는 17일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내달 있을 다음 경매에선 감정가 7억원의 경우 64%인 4억4800만원부터 경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경매입찰이 각각 3건과 4건에 불과했던 서초동 삼풍과 신천동 롯데캐슬도 이달에만 각각 2건과 3건이 경매시장에 등장했다.

고가 아파트들이 속속 경매시장에 나오면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급락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강남 3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71.9%로 전월보다 7.5%포인트 떨어졌다. 금융위기 여파로 경매물건이 급증했던 작년 1월의 낙찰가율 71.2% 이후 최저치다. 강남 3구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수 역시 3.5명으로 올 들어 가장 적다. 강은 지지옥션 기획팀장은 "강남권 랜드마크 및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경매가 예정됐다가도 호재가 생기면 바로 취하됐었다"며 "요즘은 대부분 입찰에 부쳐지고 있어 부동산시장 침체의 골이 깊음을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