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질병 진단하는 시대 온다"

분자진단 기업 씨젠 천종윤 대표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의 천종윤 대표(사진)는 지난달 25일 전체 직원(101명)의 20%에 가까운 21명을 대동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LA 애너하임에서 개최된 세계최대 진단학회(AACC)에서 진단키트(시약)를 공개하기 위해서다. 현장에 4개 부스를 설치하고 씨젠이 공개한 셉시스(패혈증) 진단시약은 650여개 글로벌 제약 및 바이오기업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현장 실험을 통해 90여종의 패혈증을 정확히 규명해낸 씨젠의 진단시약은 관련 질병의 치료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 대표는 17일 "분자진단은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질병을 분석하는 것"이라며 "이미 세계 진단시장은 분자진단으로 바뀌는 추세이고,시장도 매년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분자진단시장의 잠재력을 전망하기 위해 감기를 예로 들었다. 천 대표는 "현재 감기증상을 완화해줄 뿐이지 감기치료제가 없는 것은 20여종에 달하는 바이러스균을 정확히 진단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개별 환자의 감기 원인균을 찾아내면 치료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후 감기를 가정에서,병원에서 분자진단하는 시대가 열리면 그 시장 규모는 휴대폰 시장 못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젠은 현재 호흡기질환,성감염증 등 증세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패혈증 진단시약을 선보여 해외 바이오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제품명 Magicplex Sepsis Real-time Test)은 전시회 부스에서 폐열증 의심균을 대상으로 3시간 만에 90여종의 원인균을 밝혀내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수조원을 투입해 개발한 진단키트보다 정확성 경제성 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씨젠은 호흡기질환계통 진단시약 '씨플렉스(Seeplex)'를 출시한 이후 세계 40여개국에 관련 특허를 출원한 데 이어 유럽시장 체외진단 시약 (CE-IVD) 인증,캐나다 진단시약 인증 (CMDCAS),과학기술부 신기술 (NET) 인증,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신기술(HT) 인증 등을 획득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화여대 생물과학과 교수 출신인 천 대표가 2000년 설립한 씨젠은 유전자 발굴 등 연구실험용시장에서 사업 노하우를 쌓은 후 2006년 분자진단 사업에 진출했다.

회사의 거래처가 국내 60여개 종합병원 및 해외 50개 국가로 늘면서 매출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7년 1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08년 42억원,2009년에는 131억원으로 연평균 170%씩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해외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111억원을 기록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