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경총회장, 경제단체장만 두 번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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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장 이어…고사 끝 수락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5월 이희범 STX에너지 · 중공업 회장(사진)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3시간 만에 철회했다. 이 회장이 회사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경총 회장직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경총 부회장을 맡고 있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의 관계도 감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정신으로 노사문제 해결"
경총 회장 추대위원회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은 이때부터다.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을 비롯해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 추대 위원들은 수차례 이 회장과 접촉해 경총 회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16일엔 김창성 경총 명예회장(전방 명예회장)이 이 회장을 직접 만났고,이 자리에서 수락 의사를 받아냈다. 경총 관계자는 "타임오프를 비롯해 노사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재계 입장을 대표하는 경총 회장직을 오래 비워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재계 원로들이 삼고초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노사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관계 및 생산성 향상,규제 완화 등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무엇보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등 첨예한 문제를 매듭짓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6년부터 3년간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낸 이 회장은 경제 5단체 중 처음으로 2개 협회장을 맡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 회장은 2년 임기의 경총 회장직과 함께 기존 STX에너지 · 중공업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경총 회장직이 비상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신 강덕수 회장은 경총 부회장직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경총 회장 취임을 계기로 재계 서열 2위인 현대 · 기아차그룹과의 관계가 복원될지도 관심이다. 현대 · 기아차는 작년 말 경총에 불만을 품고 탈퇴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현대 · 기아차의 사회공헌재단인 해비치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어 양측 간 관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현장 경험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서울공대 출신으로는 처음 1972년 행정고시(12회)에서 수석으로 합격해 관계에 입문했다. 상공부,통상산업부,산업자원부를 거쳐 2002년 산자부 차관을 끝으로 잠시 관가를 떠났다가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산자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STX로 자리를 옮긴 후엔 관료 시절 다져놓은 중동 네트워크를 활용,대규모 수주를 이끌고 있다. 서울산업대 총장(2003년),한미경제협의회 회장(2006년),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위원장(2008년) 등 대외 활동도 활발하다. 첼리스트 최춘자씨가 배우자다.
조재길/장창민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