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 전쟁…잘나가던 수출 타격 받나

美·中·日 통화가치 절하 경쟁
자국 수출 늘려 경기 살리기
글로벌 환율 전쟁이 치열하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자국의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통화가치 절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정정책을 통한 내수 부양이 한계에 봉착하자 수출을 늘려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통화 전쟁터에서 가장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일본.후지TV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오는 23일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와 회동할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도쿄 금융가에선 간 총리가 시라카와 총재와 만나 엔화 강세를 저지하는 방안과 통화완화 정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최근 달러당 85엔 아래로 떨어지는 등 15년 만에 최고 수준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경기 회복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와중에 엔화가 초강세를 나타내는 것은 미국이 지난 10일 확장적 통화정책을 예고한 것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맞불'을 놓음으로써 엔화 가치 약세를 유도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중국도 위안화 가치를 다시 떨어뜨리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6월20일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조금씩 높여 왔다. 이전까지 달러당 6.83위안으로 묶여 있던 위안화 환율은 지난 9일 6.76위안까지 하락(위안화 강세)했지만 16일에는 6.80위안으로 상승(위안화 약세)했다.

미국은 최근의 달러화 약세 추세가 지속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5년간 수출을 두 배로 늘려 일자리를 200만개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제성장률이 1분기 3.7%(전기 대비 연율)에서 2분기에 2.4%로 둔화되자 국채를 매입키로 하는 등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정책을 펴고 있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중심 국가인 독일은 유로화 가치 하락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독일의 6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9% 증가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고환율에 힘입어 수출에서 상당한 덕을 봐 왔다. 하지만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11원 내려 1176원20전을 기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