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4대강 의혹' PD수첩 방송 보류

경영진 "시사 거부는 사규 위반"
MBC가 17일 오후 11시15분 방송 예정이었던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의 방송을 보류했다. MBC는 PD수첩 대신 'VJ특급 비하인드 스토리,10분의 순간'을 대체 편성했다. 대체 프로그램 방송시작 직후 MBC는 '본사 사정으로 오늘 PD수첩은 방송되지 않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란 자막을 띄웠다.

김재철 사장 등 MBC 경영진은 임원회의를 열어 PD수첩 방송 보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날 오전 국토해양부가 PD수첩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내자 방송 내용의 사전 시사를 제작진에 요구했다. 제작진은 "MBC 공정방송 단체협약규약상 사전 시사의 최종 책임은 각 제작국의 국장이며 사장은 시사 권한이 없다"며 거절했다. 김 사장은 사전 시사를 재차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임원회의에서 사규 위반을 이유로 방송 보류를 최종 지시했다. MBC 노조는 회사 측에 18일 공정방송협의회 개최를 요구하고 긴급 대의원회도 소집키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방송 보류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사실상 일방적 지시로 방송 불방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PD수첩 제작진은 방송예고를 통해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중단 의사를 밝힌 지 3개월 만에 국토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 4대강 살리기 계획의 기본구상을 만들기 위해 청와대와 국토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비밀팀이 조직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방송 예정인 프로그램의 내용이 명백히 진실이 아니고 방송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