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점포 매매가격 '뚝'

3년새 평균 1400만원 떨어져
장사 안돼 권리금 없는 곳 속출
서울 대치동은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핵심 상권이다. J씨는 지난달 초 대치동 은마사거리 도로변에 66㎡짜리 베이커리 가게를 열었다. 점포 임대료와 시설비를 포함, 총 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식당을 하던 자리인 이 점포의 권리금은 지난해만 해도 1억2000만원이었으나 J씨는 1000만원을 내고 입점했다. 장사가 안돼 개점휴업 상태였던 매장이기 때문이다.

자영업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서울 상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말 이후 소형 점포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권리금이 거의 사라진 곳도 속출하고 있다. 18일 점포 거래 전문업체인 '점포라인'이 자사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서울 및 수도권 점포 매물 8만7260건을 조사한 결과 점포 평균 매매값은 2007년 1억6000만원에서 올 들어선 1억4700만원으로 1300만원(8.1%) 정도 떨어졌다. 이 기간에 ㎡당 평균 매매가는 113만8736원에서 96만9880원으로 14.83% 하락했다.

권리금보다는 보증금의 하락폭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당 평균 36만9705원이던 보증금이 올해는 28만3112원으로 23.42% 떨어졌으며,권리금은 ㎡당 76만9101원에서 68만6703원으로 10.71% 하락했다.

서울지역 점포의 평균 매매가는 2007년 1억6447만원에서 올해 1억5024만원으로 1423만원(8.6%) 떨어졌다. ㎡당 보증금은 38만9213원에서 30만2647원으로 22.24% 내렸고,권리금도 82만4246원에서 73만148원으로 11.42% 하락했다. 자영업자 사이에 거래되는 점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서민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권리금을 형성하는 3가지 요소(바닥,영업,시설) 가운데 '바닥' 권리금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시각이 변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점포가 속한 상권의 인기를 반영하는 것이 '바닥 권리금'이지만 핵심 상권이 변하면서 점포 구입자들이 권리금을 내지 않으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년 전인 2000년 초만 해도 신촌은 서울 서북부 상권 가운데 최고로 꼽혔으나 지금은 홍대 상권에 밀리고 있다.

정대홍 점포라인 시장분석팀장은 "상권이 급변함에 따라 바닥 권리금을 내려는 자영업자들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며 "상권에 대한 권리금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권리금 총액이 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 핵심 상권인 강남역,대학로,명동에서도 바닥 권리금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전반적인 권리금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