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중국의 딜레마…에너지 절감하려다 경기둔화 우려

제한송전·공장폐쇄 잇따라
하반기 성장률 2%P 하락 전망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시 중청시멘트 공장에 최근 전력이 끊겼다. 한 달간 전력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통지를 중단 이틀 전에야 받은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17일 차이나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장을 서둘러 재가동하지 않으면 몇t의 원자재를 버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직원 700명의 이 공장은 안후이성이 11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올해 에너지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달간 전력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한 506개 에너지 과소비 공장 중 하나다.

중국은 지난달 전력 사용량이 전년 동기보다 14% 늘어나는 등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자 제한송전에 이어 공급 중단 조치까지 취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타깃이 된 공장이 대부분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생산이 크게 늘어나며 경기 회복을 주도해온 철강 시멘트 등 중공업 업종이라는 데 있다. "중국이 에너지 절감 정책을 강행하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더 둔화될 수 있다"(UBS)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에너지 절감을 위해 고강도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전력 공급의 70%를 석탄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전력 생산구조 탓이 크다. 풍력 등 신에너지원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비중이 미미해 아직은 경제 고성장이 탄소 배출 증가로 직결되는 게 현실이다. 전력시스템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면받는 에너지 과소비 업종

안후이성의 조치는 장쑤성의 난징시가 12일부터 1000개 업체에 제한송전을 시작한 데 이은 것이다. 난징시는 에너지 다소비 업체 일부에 대해서는 공장 가동 중단도 요청했다. 앞서 중국 공업정보화부도 8일 시멘트 철강 제지 염색 등 18개 업종 2087개 공장 명단을 발표하고 다음 달까지 낙후설비를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이들 공장은 낙후설비를 없애지 않으면 은행 대출 동결,신사업 허가 불허 등의 불이익도 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명단엔 알루미늄 생산업체 차이날코와 안산강철 등 중국 내 대표적인 국영기업 자회사들도 포함돼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또 6일 22개 지역에서 알루미늄 생산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대해 할인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사오싱시에선 200개 업체가 연말까지 제한송전 통보를 받았다.

◆에너지 절감 목표 달성 목적

중국의 지난달 전력 사용량은 3896억㎾h로 작년 동월보다 13.94% 증가했다. 전달 대비로는 10.6% 늘었다. 5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중공업의 전력 소비 증가가 두드러진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공업 전력 소비는 24.5% 늘어 같은 기간 평균 증가율(20.2%)을 크게 웃돌았다. 이 때문에 올해 말까지 에너지 의존도를 나타내는 '에너지 집중도'(국내총생산 1달러당 에너지 소비량)를 2005년 대비 20% 감축하겠다고 한 중국 정부의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 집중도는 지난해 말 현재 2005년 대비 15.6% 줄었으나 올 1분기 3.2%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탄소 배출의 주범인 화력발전이 크게 늘었다. 올 들어 7월까지 화력 수력 원자력발전 증가율은 각각 19.5%,8.2%,1.7%를 기록했다. "중국의 에너지 절감 정책엔 에너지 다소비의 제조업 구조에서 탈피하려는 목적도 있다"(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 둔화 가속화 우려

중국의 고강도 에너지 절감 정책으로 전력 소비 증가세는 연말로 갈수록 한풀 꺾일 전망이다. 중국전력기업연합회는 "11월과 12월엔 전력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상반기 21.5%를 기록한 전력 소비 증가율이 하반기엔 5%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제조업 경기 둔화도 전력 소비 증가세를 둔화시킬 것"(21세기경제보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기준)은 13.4%로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1분기 19.6%에 이어 2분기 15.9%로 둔화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여기에 에너지 절감책에 따른 대규모 공장 폐쇄가 겹치면 경기 둔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지방정부가 앞장서 에너지 다소비 공장 규제 강도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07년과 2008년 취한 에너지 다소비 공장 규제 정책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철회된 바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