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 대신 3.3㎡ "더 헷갈려"…이왕 쓴다면 1㎡당 얼마로

법정계량단위 '절반의 성공'
부동산광고 46% 아직도 '평' 표기…인치·돈·가마니도 여전히 사용
"한국에서는 아파트 가격을 왜 3.3㎡당 얼마로 표기하는 거죠? 1㎡당 얼마로 나타내면 안 되나요?"

한국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한 다국적 기업의 외국인 직원이 한 말이다. 3.3㎡가 한 평에 해당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로서는 왜 굳이 3.3㎡당 얼마로 아파트값을 표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의 지속적인 홍보와 단속에도 '평'이나 '돈'같은 비법정계량단위가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다. 게다가 법정계량단위를 쓰면서 3.3㎡나 3.75g(한 돈) 등을 기본 단위로 사용하고 있어 혼란과 불편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정계량단위 아직 정착 안 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6월 언론매체의 법정계량단위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방송 기사는 97%,일간지 기사는 74%가 넓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 대신 ㎡를 쓰는 것이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기업 등이 이용하는 일간지 광고의 경우 ㎡ 사용률이 54%에 그쳤다. 평을 사용하거나 ㎡에 평을 병기하는 경우가 절반이나 됐다. ㎡ 사용률은 작년까지 60%대를 기록했으나 올 들어 50%대로 떨어졌다.

기술표준원은 부동산중개업소 등에서 계약 문서상으로는 ㎡를 사용하지만 홍보물 등에서는 여전히 평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금은방에서는 '돈'이,한약재상에서는 '냥' '근' '관' 등이,의류점에서는 '인치'가,포목점에서는 '야드' '마',떡방앗간에서는 '가마니' '말' '되' 등이 아직 관행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여전히 사용이 미흡한 대표적인 비법정계량단위인 평과 돈에 대한 집중 단속을 최근 시작했다"며 "단 골프장의 '야드'와 볼링공의 '파운드' 표시는 국제적 관례 등을 감안해 당분간 단속을 유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쪽' 개혁으로 혼란 가중

평이나 돈이 여전히 많이 쓰이는 것은 ㎡나 g 표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단위를 바꾸는 것 외에도 1㎡당 얼마,1g당 얼마 등 '1단위'로 표기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것.공공기관에서조차 아파트 가격은 3.3㎡당,금값은 3.75g당 얼마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은 금방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에 쓰이던 한 평은 정확히 3.3㎡가 아니고 3.305785㎡라는 점에서 또 다른 오차를 낳을 수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3.3㎡가 기본 단위가 되다 보니 헷갈리는 게 사실"이라며 "소비자 편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평을 병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귀금속업계 관계자는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계량단위를 바꿨지만 한국에서는 왜 3.75g당 거래를 하는지 외국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평이나 돈을 기준으로 했던 상거래 관행까지 바꾸기는 힘들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며 "법정계량단위 사용으로 얻는 혼란 방지 등의 효과를 감안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장기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서욱진/서기열 기자 venture@hankyung.com


◆ 법정계량단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도량형 단위(미터법).1961년부터 국내 상거래와 증명의 단위로 채택했다. 이때부터 '평'이나 '돈' 같은 비법정계량단위의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반대 여론 등으로 단속이 이뤄지지 못하다가 2007년 7월부터 홍보와 계도가 강화되고 있다. 단속에 걸리면 수십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 세계적으로 도량형 단위를 따르지 않는 나라는 미국 라이베리아 미얀마 세 곳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