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협력사에 '口頭발주' 못한다

상생방안 이달 말 발표…2차 협력사도 포함
성실이행 기업엔 稅지원·정책자금 대출 우대

정부는 대기업 ·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을 민간 제조업 외에 공기업과 유통업체로 확대하고 2차 협력사까지 협약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상생협약을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에는 세제지원은 물론 정책자금 대출 우대 혜택을 주며 공공입찰 때 가점을 주기로 했다. '구두(口頭) 발주' 등 중소기업에 불리한 계약도 금지되며 원청업체가 발주자로부터 현금을 받으면 하도급 업체에도 현금 결제를 해야 한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계약법 및 하도급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말 '대 · 중소기업 상생 방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일부 대기업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품업체와의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을 공기업과 유통업체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차로 지방의 대형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율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있다"며 "납품사를 보유한 대형 유통기업도 협약체결 대상자로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상생협약 대상을 현재 1차 협력업체에서 2차 협력업체까지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상생협약 체결 후 이행 실적이 좋으면 세금을 깎아주거나 정책자금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정부입찰에 참여할 경우 가산점도 줄 예정이다. 기업에 부담요인인 하도급 거래 직권조사나 서면 실태조사도 면제된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에 불리한 계약 관행을 고치기 위해 하도급법을 개정,구두 발주나 현금결제 기피 등을 제한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하도급을 위탁할 때 서면이 아닌 구두로도 가능해 위탁업체 사정에 따라 임의로 취소해도 문제가 안 됐다. 정부는 이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는 모든 하도급 계약시 통지 및 회신은 내용증명 또는 그밖의 통지 및 회신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정키로 했다.

원청업체가 발주자로부터 현금을 받을 경우 하도급 업체에 대해 현금 결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대기업이 2 · 3차 하도급 업체에 현금으로 결제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법인 통장 등의 입출금 명세서까지 받아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현금 지급을 제대로 하라고 권고하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지키지 않는 대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국가계약법을 개정해 하도급법이나 공정거래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선 정부나 공기업이 발주하는 사업에 입찰 참가를 제한하거나 기획재정부 장관 직권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또 현재 공정위에 설치된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의 주요 공단에도 설치해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등 실태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종태/서기열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