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동부·두산, 내부 M&A로 사업조정…성장전략 다시 짠다

인수합병·지분양수도 활발…자산 효율화로 호황기 대비
"시너지 효과 기대" 시장 호평…관련종목 주가 급등세
국내 대기업들이 계열사끼리 합치고 지분을 넘기는 '인하우스 인수 · 합병(M&A)'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불필요한 계열사나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던 그룹들이 이제는 계열사 간 M&A를 통해 자산 효율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합병 방식을 활용해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경기 회복기와 맞물려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경기 변화에 대비해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겠다는 총수들의 의지로 풀이된다. ◆CJ 두산 동부 등 내부 M&A 잇따라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그룹 계열사 간 M&A,지분 양수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회사는 7개에 이른다. 지난달 말 삼성그룹의 삼성테크윈이 삼성탈레스 지분 50%를 인수한 데 이어 동부 두산 CJ그룹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CJ는 100% 자회사였던 CJ글로벌홀딩스 지분을 전량 CJ제일제당에 넘기고 그 대가로 CJ제일제당 지분을 2% 추가 취득키로 했다. 해외 사료 지주사였던 CJ글로벌을 CJ제일제당에 편입시켜 사료사업 부문의 경영효율성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으로 풀이된다. 동부그룹은 연속으로 계열사 합병을 결정했다. 동부정밀화학이 동부CNI를 흡수 · 합병한 데 이어,동부한농이 동부정밀화학의 100% 자회사 동부케미칼을 흡수 · 합병했다. 동부정밀은 이 대가로 동부한농 지분 21%를 추가 취득키로 했다. 그룹으로선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진행하면서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하나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두산그룹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건설과 자금여력이 있는 두산메카텍을 합병키로 했다. 양사 모두 두산중공업이 대주주이며 두산메카텍이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합병이 비교적 용이해 이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 방식은 과거 동부반도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초우량 회사인 동부한농과 합병을 통해 위기를 넘긴 것과 유사한 형태다.

◆증시 반응 뜨거워대기업들의 이 같은 결정은 구조조정보다는 자산 효율화로 해석되고 있다. 한 대기업 전략담당 임원은 "지배구조 개선 차원이나 재무구조 개선 또는 성장전략 등 그룹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경기 회복기에 그룹 계열사 간 사업구조를 재정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진단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 공업화라는 큰 사이클이 끝나고 있어 국내 대기업들이 큰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며 "자산 효율화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호황기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CJ는 이틀 연속 5%대 급등세를 타면서 2년3개월 만에 주가가 8만원대로 올라섰다. 두산건설은 발표 당일 상한가로 치솟았으며 사흘째 급등세다. 동부정밀화학은 동부CNI 합병 발표에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가격 차이가 커져 계열사 매각 딜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그룹사들의 자산 효율화 작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두산메카텍은 포스코와 일부 사모투자펀드(PEF) 등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가격 차이로 인해 딜이 깨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내부 M&A를 통해 체력을 강화하려는 대기업들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M&A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해 한화 동양 등 여타 그룹사들도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재벌 2세나 3세에 경영권 승계 이슈가 불거진 기업일수록 계열사 간 사업 재편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조진형/김용준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