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거리로 밀려난 '7人의 전사'…터치센서로 우뚝
입력
수정
반도체 설계기업 코아리버
아내 눈치보며 집 담보로 창업
20인치급 터치센서 첫 개발…국내 대기업·日 샤프가 고객
벤처기업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밀려난 뒤 아내의 눈치를 보며 집을 담보로 창업한 7명의 임직원들이 마침내 세계적인 터치센서 업체를 일궈냈다. 서울 가락동 IT벤처타워에 있는 코아리버(대표 배종홍)가 바로 그 회사다. 가전기기 휴대폰 자동차 등에 탑재돼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등을 개발하는 팹리스(설계전문) 반도체기업이다.
창업한 지 5년밖에 안됐지만 다양한 신제품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엔 최대 20인치급 화면에 적용할 수 있는 '96채널 터치센서IC'를 개발했다. 이 IC는 고연산 고정밀 화상처리칩(DSP)을 바탕으로 기존 제품에 비해 풀터치 드로잉 등 기능을 향상시켰고 응답속도도 빠른 게 특징이다. 기존 터치IC의 경우 20인치급 화면에 적용하려면 최대 4개가 필요했으나 이를 1개로 해결할 수 있다. 배종홍 대표(44)는 19일 "이 기술은 국내외를 통틀어 업계 최초로 개발된 것"이라며 "그동안 조랑말 네 마리로 제품을 운반했다면 강력한 힘을 지닌 적토마 한 마리로 운반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국내외 굴지 업체 10여개사가 이미 주문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사가 터치센서 분야에서 자리잡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배 대표는 2002년 하이닉스를 그만두고 벤처기업 G사로 옮겼다. KAIST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반도체 디자인 전공)를 받은 그는 맡겨진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스타일이었다. 주위에서 스카우트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G사에서도 열정을 다해 일했다. 하지만 주력 생산품인 마이컴의 수율이 70~80% 이상을 기록해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50% 수준에 머물렀다. 적자가 늘면서 팀 전체가 자의반 타의반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밀려난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었다. 배 대표 등 7명은 배수진을 쳤다. 아내의 눈치를 보며 집을 담보로 창업자금 5억원을 마련해 이를 악물고 뛰기 시작했다. 여기엔 남상준 연구소장(KAIST 공학박사),전영욱 개발담당 이사(KAIST 공학석사) 등이 포함돼 있다.
2005년 서울 포이동에 조그만 사무실을 얻어 코아리버 간판을 내걸었다. 마치 황무지로 나선 느낌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전력투구했다. 그러자 첫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억원의 이익을 냈다. 마이컴 수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리자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그 뒤 첨단제품을 속속 개발했다. 범용제품인 마이컴에서 맞춤형 마이컴,첨단 터치센서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매출도 해마다 거의 두 배로 늘었다. 2005년 10억원에서 2007년 40억원,2009년에 78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150억~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고객은 국내 대기업 및 해외 거대기업(샤프,필립스)들이다. 배 대표는 "첨단 터치센서를 처음 개발하자 국내외 고객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