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내기 '엄친딸'인줄 알았는데…당찬 리더십으로 회사 부활 지휘

권지혜 삼홍테크 대표
지난 3월 권지혜 사장(35 · 사진)이 삼홍테크 대표로 취임했을 때만 해도 비데업계에서는 신출내기 '엄친딸'의 재계 데뷔 정도로 치부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후 그가 해외 영업전선을 돌고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나가자 권 대표를 보는 눈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6개월가량 지난 지금은 특유의 친화력과 기획력으로 삼홍테크의 부활을 순탄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외 전시회에서 우연히 만난 경쟁업체 대표에게 첫 인사로 "아파트 시장은 우리가 맡겠습니다. 일반 소비시장을 맡아주십시오"라며 '선전포고'하는 그의 강단도 화제가 됐다.

"유스파(삼홍테크의 비데 브랜드)는 유럽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기술력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브랜드 관리가 허술해지면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죠.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하나 둘씩 지워나가고 있습니다. "권 대표는 권혁운 일신건설 회장의 맏딸로 2002년 일신건설 마케팅 담당 과장으로 입사해 이사까지 승진했다. 이후 일신건설이 욕실제품 업체인 동서산업(현 IS동서)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마케팅 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국내 최초의 비데 생산업체인 삼홍테크가 매물로 나오자 인수작업에 참여했다. 권 대표는 "원천 기술력,IS동서와의 시너지효과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삼홍테크는 1970년부터 비데를 생산해왔다. 지금은 유럽 최대 비데업체인 게버릿과 미국 코힐러,일본 산요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납품하는 등 24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 경쟁에 내몰리면서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매출 110억원,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했다.

권 대표는 취임 후 구조조정을 통해 강력한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특히 삼홍테크의 발목을 잡았던 재고자산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사내 문화도 바꿔나갔다. "삼홍테크는 지나치게 수직적인 보고 체계 때문에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부재했습니다. 오히려 타 부서 정보를 경쟁사들이 먼저 아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죠." 권 대표는 정보 외부 유출을 엄벌하면서 반대로 사내 소통은 강화해 나갔다. 회의에는 부서와 상관없이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토록 했고 토론이 새벽 2~3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권 대표는 올해 14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반기에 6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내년엔 영업손익도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일체형 비데'를 회사 턴어라운드의 승부 아이템으로 삼고 있다. 좌변기에 부착하는 방식의 비데가 아니라 좌변기와 같이 생산되는 제품이다. 도기 제품을 만드는 IS동서가 있기에 가능하다. 통합 설계를 하기 때문에 디자인이 깔끔하고 다양한 기능을 부착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저가형 비데를 통한 가격 경쟁에 집중하기보다는 자동 개폐형 비데,노즐 교환형 비데 등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며 "일체형 비데는 일괄 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