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공급 넘치면 毒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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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에 돈풀기 자칫 경제 부작용지금 세계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우리만큼 긴 불황 속에 빠져 있다. 더블딥 얘기도 들린다. 그만큼 불황 탈피가 쉽지 않다는 견해가 무게를 얻고 있다.
미소금융 등 취지 좋지만 완급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현재 세계는 심각한 수급 불균형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재화와 용역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그것을 소화하는 한도를 넘치고 있다. 위기 이전에는 미국이라는 거대시장이 자국의 생산물에 더하여 타국의 상품을 추가해 소화해 주었기에 세계 무역의 수레바퀴가 굴러갔다. 이 때문에 발생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중국,독일,일본,개도국 등 흑자국가들이 미국의 국고채 등을 구입해 메워주며 수레바퀴에 기름을 쳤다. 미국인들은 저렴한 이자 맛에 빚 내서 소비하는 신나는 잔치에 중독되었고 중국 등은 쌓이는 외화보유액 높이를 보며 어깨가 으쓱해졌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한동안 쌍방 모두 즐기던 게임도 종막이 내릴 때가 왔다. 세계적 수급 불균형이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도 빚 잔치를 마감하고 위험한 정도로 불어난 부채 문제 해결에 부심해야 하고,중국도 수출 밀어내기에서 내수 늘리기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미국에 대해 집안문제 해결에 우선 힘쓰라고 충고하는 중국이나 독일의 목소리는 글로벌 문제 해결에 대한 자기네 역할,즉 국내 수요 늘리기를 외면하고서는 책임을 떠넘기려는 속임수일 뿐이다. 2조 달러 넘어선 외환보유고만 믿고 큰소리 치는 중국 목소리는 세계인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항상 외환부문 취약성에 시달려온 터이라 수출 드라이브가 주요 국책과제이어야 하지만,내수 키우기에 한층 박차를 가해서 내외 수요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생산 공급을 아무리 잘 해도 수요가 막히면 경제 바퀴는 공회전하게 마련이다. 수요 없는 공급은 골목의 막다른 벽에 박치기하기다.
공급만 늘리면 다 된다는 생각,공급 만능 사고방식이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으면 팔리고, 팔리면 떼돈 번다는 생각 때문에 오늘날 부동산 침체가 왔고,그 후유증을 건설업체,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제공한 금융회사들이 앓고 있고 여기에 기생하는 정치 · 경제적 곰팡이들이 꼼수를 찾고 있다. 한국 금융도 그 모양 그 꼴이다. 돈만 풀면 만사형통인 줄 안다.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시장에 정부 개입이 강해지고 있다. 이 틈에 국내에서는 정부의 기업 때리기 회초리가 무섭다. 아무리 글로벌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내도 대기업이기에 매를 맞는다. 왜냐하면 대기업일수록 투표권 행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표 많이 가진 계층을 겨냥해 정책이 방향 설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숙명이라 치자.그렇다 치더라도 서민을 위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서민 울리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금융혜택을 나눠준다는 그럴싸한 좋은 명분으로 시작한 DJ정부의 카드 무한발급이 수백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경험이 있다. MB정부의 햇살론,미소금융 등이 취지는 좋지만 적절한 완급조절 브레이크가 부착돼야 한다. 천정부지의 고리대에 시달리는 영세민의 보호는 옳다. 그러나 돈 빌려 잘 쓰고 성실하게 상환할 수 있는 수요는 결코 무한하지 않다. 돈 빌려 쓰고 떳떳한 경제인이 될 수 있는 수요는 한도가 있게 마련이다. 그 한도를 넘어선 공급은 신용불량자 대량 양산의 단초일 뿐,약이 아니라 독이다.
농어촌 만성부채 문제는 시장개방 등 여러 이유로 살포한 자금 떼어먹기의 부산물이라면,요즘 정부의 서민금융 대책은 자칫 도시인들간에 유사한 병폐를 전파시킬 우려가 있다.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
김병주 < 서강대 경제학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