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低PER시대…"상승여력 많다"

코스피 PER 8.9배…최근 5년 평균 밑돌아
"시장 거품 없다" 긍정 신호…"지표 호전 땐 상승 탄력"
글로벌 증시가 저평가 국면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떨어진 미국 일본 중국 등은 물론이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과 독일 증시도 최근 수년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지칭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글로벌 디스카운트'가 진행 중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작년 이후 주요 증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투자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 거품이 없다는 뜻인 만큼 경기지표가 호전되면 증시는 중장기 대세상승에 재진입할 수 있어 호재라는 평가다. ◆낮은 PER은 세계적 추세

19일 코스피지수는 17.65포인트(1.00%) 오른 1779.64에 마감하며 3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지난 4일 이후 가장 많은 15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기관도 매수 우위로 힘을 보탰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도 7300억원 이상 순매수한 덕분에 선물가격이 현물보다 훨씬 높아지면서 3080억원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 것도 지수 상승에 일조했다.

지수는 1780에 근접하면서 다시 1800선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은 여전히 낮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수가 1760선에 근접했던 지난 7월 말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향후 12개월간 예상이익으로 산출한 PER은 8.9배를 기록했다. 최근 5년 평균치인 10.5배보다 낮고 PER이 가장 높았던 2007년 7월(13.3배)의 6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저PER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올 들어 선진 증시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독일의 PER은 10.9배로 최근 5년 평균인 11.8배에 못 미친다. 미국은 12.2배로 5년 평균치 14.0배를 밑돈다. 올 들어 주가가 부진한 일본과 중국의 PER 역시 5년 평균의 각각 80%와 9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세계 평균 PER도 11.7배로 5년 평균(13.2배)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낮은 PER은 주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설명할 때 사용됐지만 최근엔 글로벌 증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라며 "기업이익 호조와 낮은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주가가 오르며 PER도 상승해야 하는데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가 급락을 경험하면서 위축됐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아직 풀리지 않은 영향이 크다"며 "저PER은 시장에 과잉이 없다는 뜻이므로 심리가 호전되면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계단식 상승할 듯예상이익을 감안한 주가 수준이 아직 낮고 최근 외국인이 순매수를 다시 강화하고 있어 증시 전망은 긍정적이란 의견이 많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미국 중국 등의 실물지표에 따라 시장이 출렁일 수 있어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연장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투명성이 해소되기까지 시장은 상승과 조정을 반복하며 계단식으로 오르는 패턴을 보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안정적인 내수주와 투신이 사들이고 있는 중국 관련주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달 들어 투신이 매입 중인 종목으로 LS 삼성증권 현대증권 한진해운 OCI머티리얼즈 녹십자 STX조선해양 LG SK에너지 등을 들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상향 추세로 복귀한다면 증권주와 은행주의 반등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를 것"이라며 "증권주는 증시의 저평가 매력과 부동자금의 유입 가능성,은행주는 완만한 금리 인상이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