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권시장 뒤흔드는 중국자본 대규모 유입

한국 채권시장으로 밀려드는 중국 자본의 파워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이 지난 상반기 사들인 한국 국채는 2조1200억원(순매입 기준)어치에 달했다. 이에따라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는 6월 말 현재 3조9900억원(34억달러)어치로 작년 말의 배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 국채를 사들이는 중국 자본의 식탐은 최근 들어 더 강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원화 가치가 상승 압력을 받고 채권 수익률이 급락하는등 (채권 가격 급등) 금융 시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어 중국 자본 유입 속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한국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2조45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다양한 곳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국채 일변도에서 유럽이나 일본 국채 등으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시키고 있는 과정에 경제 성장이 빠르고 다른 어떤 신흥개도국보다 안전한 한국의 국채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특히 한국 국채는 수익률이 미 국채보다 3%포인트 정도 높은데다 원화 가치가 상승 기조를 유지,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어 중국 자본에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 대상도 없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국이 한국 국채 매입을 늘려가고 있지만 중국의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한국 국채 비중은 고작해야 0.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로선 매입량을 확충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이고 그것이 우리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중국이 연말까지 2조원 가까운 한국 국채를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로 인해 채권 시장에 공급이 달리면 수익률은 급속도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제 5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 올 들어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채권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쇼크를 느끼고 있을 정도다. 원화 가치가 오르는 것도 중국 자본 유입과 무관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금융시장이 중국 자본에까지 휘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정부는 자본 유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보다 철저히 하면서 시장의 급등락을 막을 수 있는 사전 대비책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