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첫날] 이재훈, 쪽방촌 투기 의혹에 "염치없고 죄송"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

'직위 남용' 박사논문도 사과…박영준 차관 증인 요구 논란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0일 열린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투기 의혹에 대한 질의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이 후보자가 2009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15개월간 대형로펌인 김앤장에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국내 정유사들의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담합 소송 과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의 '쪽방촌' 주택의 투기성 매입 의혹에 대해선 김재균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 등 여야 구분 없이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도 이 후보자를 겨냥해 "위법한 일은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이 투기의혹에 대한 사과를 잇따라 요구하자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염치없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자의 부인은 뉴타운으로 지정된 종로구 창신동 일대의 한 건물을 지인 2명과 함께 2006년 2월 7억3000만원에 매입했지만 현재 매입 당시 보다 시세가 떨어진 상태다. 이 후보자는 2002년 산업자원부 국장 시절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작성을 위해 기업들에 설문 조사서를 배포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정영희 미래연합 의원이 "자신의 논문 작성을 위해 산자부 고위직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신중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공직 퇴직 후 김앤장의 고문으로 재직하던 지난 5월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의 담합과징금 부과 취소소송에서 법률자문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적극 부인했다. 두 정유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LPG 가격 담합 건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벌인 행정소송에서 이 후보자가 법률 조언을 했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이 후보자는 "김앤장에서는 나의 지식과 경륜을 갖고 폭넓은 자문활동을 했으나 특정 건에 대해 개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이와 함께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 · 중소기업상생법(상생법) 개정안,둘 다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소영세상인 보호를 위해서는 사업조정제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앞서 민주당이 박영준 지경부 제2차관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해 여야 간 논란이 벌어졌다. 약 30분간 논란이 계속되자 청문회는 10분가량 정회됐다. 여야는 추후 지경위 전체회의에서 박 차관에 대한 질의응답을 갖기로 합의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